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몸싸움 논란이 일었던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반면 삼성그룹 불법승계 의혹, 울산시장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 주요 수사를 맡았던 지휘부는 대거 지방행(行)이 결정됐다. ‘수사 1번지’ 서울중앙지검에서 주요 수사를 담당한 지휘부 교체와 함께 해당 부장검사 등이 승진·좌천으로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인사 과정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측근들은 서울중앙지검에 대거 포진하면서 이른바 ‘추·이 라인’ 구축이 완료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27일 고검검사급 검사 585명과 일반 검사 45명 등 검사 630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부임일은 다음달 3일이다. 이번 인사의 핵심내용 가운데 하나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찰 직제개편 부분이 반영됐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내년 1월1일 시행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따라 달라지는 형사사법 제도에 맞춰 직접수사 부서는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는 강화하는 등 조직개편 내용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주요 수사를 맡았던 부장검사 등의 희비가 명확히 엇갈렸다는 점이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정진웅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반면 최근 정진웅 형사1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등 감찰했던 정진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대구고검으로 전보됐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김태은 공공수사 2부장도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서울 동부지검에서 추 장관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사건 수사를 맡았던 양인철 형사1부장은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삼성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한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장도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임명됐다. 이들은 물론 권순정 대검찰청 대변인이 전주지검 차장검사로 이동하는 터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신뢰를 받아온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사실상 대거 좌천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추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이들은 주요 사건 수사진으로 포진하거나 서울중앙지검으로 대거 이동하는 등 약진했다. 앞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손발을 맞춘 바 있는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4차장은 1차장으로 이동했다. 그는 형사1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변필건 형사7부장과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의 새로운 수사지휘 라인을 맡는다. 추 장관의 ‘입’ 역할을 했던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은 2차장으로 임명됐다. 이외에도 2차장에는 최성필 의정부지검 차장검사가, 검찰 조직개편과 함께 인지수사 부서를 이끄는 4차장에는 형진휘 서울고검검사(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 파견 복귀)가 새로 부임했다. 이로써 이른바 ‘이성윤 체제’가 새로 구축됐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초기에 신천지 수사를 맡았던 김양수 수원지검 2차장은 서울동부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는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의 사직에 따른 인사이동이다. 김양수 차장검사는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부임하는 김덕곤 수원지검 형사5부장과 추 장관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사건의 수사지휘를 맡는다. 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으로 부임하는 권상대 법무부 공공형사과장이 수사한다. 이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기소할지 결정을 앞둔 경제범죄형사부장에는 주민철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장이 임명됐다. 이복현 부장검사와 함께 수사팀을 이끌던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장으로 이동한다. 이는 김 부장검사가 수사에 참여했던 만큼 앞으로 삼성그룹 불법승계 의혹 재판을 전담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해석이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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