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그동안 다른 나라보다 성장률이 조금 낫다는 이유로 장밋빛 낙관론에 취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말 한국 경제에 대해 “기적 같은 선방”이라며 “3·4분기부터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한 데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최근 “3·4분기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력산업들의 하반기 이익이 전년동기보다 1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반도체 업종마저 수요둔화로 잿빛 전망이 드리워지는데 정부만 들뜬 분위기에 젖은 것이다. 그러면서 2차 재난지원금과 4차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투입 방안에만 골몰해왔다.
더욱이 정부는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하는데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법안의 의결을 강행했다. 텅 비어가는 나라 곳간을 세금으로 채울 기업들의 발목을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최근 글로벌컨설팅사인 TMF가 77개국의 규제와 노동유연성 등을 비교해 매긴 순위에서 한국이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 17위에 오른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이 2017년 ‘규제감축 제도’를 도입한 후 3년간 신설 규제 1개당 기존 규제 7.6개를 없애고 새 규제도 과거 10년보다 12.2%나 줄였다는 소식이 부러울 따름이다.
코로나19는 재정을 통한 링거 요법으로는 위기극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기업의 기를 살리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근본 처방으로 바꿔야 한다. 경쟁국들은 앞다퉈 신산업을 키우는데 우리는 그나마 있는 주력기업들의 뒷다리만 잡고 있으니 어두운 터널을 헤쳐나갈 일이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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