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개신교회 지도자들을 만나 “방역은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면서 정부의 ‘비대면 예배’ 행정명령을 준수해줄 것을 호소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거점이 된 사랑제일교회를 겨냥해 “사과라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개신교회 지도자 16명과 간담회를 열고 “예배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겠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며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또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면서 일부 교회의 일탈행위를 작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던 우리 한국의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던 국민들의 삶도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종교의 자유와 대면 예배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을 비롯해 16명의 교회 지도자가 참석했다.
김 회장은 “교회 예배자 중에서 감염자가 많이 나오게 돼 참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정부가 교회나 사찰·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가 한두 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 없이 비대면·온라인 예배를 지속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오늘날 교회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특히 지난 24일 문 대통령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면서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과 김 회장의 발언이 대치하면서 간담회장에는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 발언을 통해 “신앙을 표현하는 행위, 예배하는 행위는 최대한 국가가 보호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규제할 수 있도록 감염병예방법상 제도화돼 있다”면서 “그런 객관적 상황만큼은 교회 지도자분들께서 인정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에 교회 수가 6만여개라고 한다. 교회마다 예배 방식이 다 다르다”면서 “옥석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조치 내리는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그 부분은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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