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심의를 거치지 않으면 의료기기 광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의료기기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앞서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광고 등 정부 주도의 사전심의 제도가 위헌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의료기기 광고도 사전심의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의료기기법 24조 2항 6호 등에 대해 전주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이 각각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 의료기기법을 보면 의료기기 광고가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았거나 심의를 받았다 해도 그 내용이 심의와 다를 경우 해당 업체는 업무정지 혹은 허가취소, 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검열’에 해당하기 때문에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사전검열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광고 심의는 민간기관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담당하지만 심의 기준과 방법·절차를 식약처장이 정할 뿐 아니라 심의위원회의 구성도 식약처 고시로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식약처의 행정권이 개입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영진 재판관은 소수의견으로 의료기기 광고의 사전심의를 맡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기 때문에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사전심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봤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8년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을 알리는 광고를 사전에 심의하도록 한 법 조항에 대해서도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병원 등 의료광고에 대해서도 2015년 정부 주도의 사전심의 규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완전 민간 주도의 의료광고 사전심의 제도가 2018년 도입됐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행정권의 개입 가능성이 있는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기존의 결정 논리를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