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역사수정주의’를 내세우며 한국과 사사건건 충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장기집권이 막을 내리면서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서경 펠로와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한일관계의 변화 가능성은 생기겠지만 한일갈등의 핵심 쟁점인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양국관계가 당장 복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15일 아베 총리 사임 후 한일관계 전망에 대해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현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일본 측에서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관계 개선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물러나더라도 한국에 대한 강경론에 동조하는 보수 성향 인사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원묵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 보수 정치권에서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제법적인 논리가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차기 정권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악화 등 긴급상황이라는 점을 내세워 전당대회가 아닌 양원(참의원·중의원) 총회를 통해 새로운 총재를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중의원 투표로 결정되는 총리 역할도 맡는다. 당원이 빠진 양원 총회로 후임자를 선출할 경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보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또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이 차기 총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본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경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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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 본인이 장기집권하면서 경험으로 체득한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트라우마 등 개인적으로 한국에 대한 불신이 컸다”며 “반면 기시다나 이시바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적고 트라우마도 적어 새로운 마음으로 한국과 갈등을 조정해나가는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도 “역사수정주의 등 아베 총리의 개인적인 이념과 한국 내 아베 총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면 한일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분명히 있다”며 “아베 총리의 후임도 이런 점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한일관계의 골든타임이 내년 봄 예정된 일제 강제징용 전범 기업에 대한 자산 현금화 작업까지인 만큼 우리 정부도 일본정부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우인·허세민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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