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어느 날 새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건물 앞 주차장에 경찰차 한 대가 출동했다. 차량에서 경찰관 두 명이 내렸다.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찾아온 터였다.
신고 접수된 차량에 접근해 보니 한 남성이 운전석에 있었다. 운전자는 30대 남성 박모씨였다. 이미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다. 누가 봐도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생각할 만 한 상태였다. 경찰관들은 박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음주측정기에 입김 한 번만 불면 끝날 일이었지만 박씨가 음주측정을 줄곧 거부한 게 문제였다. 경찰관들은 세 번에 걸쳐 박씨에게 음주측정에 응하라고 요구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과적으로 음주측정거부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했다. 도로교통법을 보면 술에 취한 채 자동차 등을 운전했다고 볼 만한 이유가 있을 땐 경찰공무원이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있다. 운전자가 이를 거부하면 벌금 500만~2,000만원에 처하도록 했다.
박씨는 결국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박씨는 지난 2011년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걸려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된 전과도 있었다.
법원의 처벌 수위는 벌금 1,200만원. 법원 한 관계자는 “요즘 음주측정거부로 재판이 벌어지면 과거에 벌금 500만원 줄 것도 1,000만원 주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윤창호법’이 만들어지는 등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나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류일건 판사는 “박씨가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는데도 또 음주 상태에서 운전한 후 경찰관의 적법한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했다”며 “불응행위의 양태도 상당히 불량한 점을 고려하면 이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음주운전에 따른 교통사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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