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들의 채용계획 인원이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휴직 이후 업무 복귀로 회복되던 노동시장도 8월부터 시작된 확진자 재확산으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31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3만2,000곳의 2·4~3·4분기(4~9월) 채용 계획 인원은 23만8,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1%(1만3,000명) 감소했다. 이는 2008년 4·4분기~2009년 1·4분기의 20만8,000명 이후 최저치다.
기업의 하반기 공채가 7~8월에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타격이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지난 1·4분기 구인 인원은 79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줄었고 채용 인원도 73만4,000명으로 1.9% 감소했다.
구인 인원을 산업별로 분석하면 교육서비스업·숙박음식점업 등 대면서비스업 외에도 ‘양질의 일자리’로 불리는 제조업이 13만4,000명에서 12만6,000명으로 감소했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업체의 채용 축소·연기가 구인·채용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채용계획의 축소는 코로나19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 19가 확산하면서 고용 타격을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채용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채용을 미뤘던 기업들이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구인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코로나19로 노동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알 수 없어졌다. 고용부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정 과장은 “7월을 기준으로는 근로자 감소 폭이 축소돼 노동시장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 상황에서 8월에 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전망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노동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부정적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의 1차 위기가 닥친 3~4월에 노동 수요 충격이 전체 노동자의 총근로시간 감소에 미친 기여도는 평균 -0.53%포인트로 2015∼2019년 부정적 충격 평균치(-0.10%포인트)의 5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년간 있었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의 산업 충격이 총 근로시간을 1시간 줄였다면 코로나19 위기는 5시간 이상 근로시간을 줄이며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세종=변재현기자 손철기자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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