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무기한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31일 전국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은 수술 연기와 외래 진료 지연 등으로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상급종합병원은 평소에도 첫 진료 예약시 한 달 뒤에 잡히는 게 예삿일이었지만 현재는 두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이 같은 의료차질은 단순한 불편에서 끝나지 않고 환자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치료가 지연됨에 따라 암 환자의 경우 종양이 더 자라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등 경증이 중증으로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형병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2~3월 대구·경북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건강검진 시기를 놓친 환자 가운데 경증이 중증으로 심화한 경우가 여럿 있었다”며 “이번 파업에 따른 지연도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부터 내과 외래 진료를 축소한 서울대병원의 경우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예약환자 가운데 10~20%는 사전에 일정이 연기돼 제때 진료를 받지 못했다. 이날 내과 외래 예약환자 수는 2,609명으로 8월3일(2,902명) 대비 10%, 8월10일(3,343명) 대비 22% 줄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진료 연기가 가능한 외래환자 일부의 일정을 미루는 등 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전임의들이 잇따라 가운을 벗으면서 의료 현장 곳곳에서 환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병원을 찾은 60대 여성 환자는 “코로나19가 한창 퍼지고 있는데 이런(파업) 상황까지 겹쳐 몹시 불편하고 걱정이 된다”며 “이 지경까지 만든 정부도 문제고, 의사들도 꼭 이래야 하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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