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규모 민생지원 대책과 관련해 “대책 내용이 A4용지로 네다섯 장은 된다”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에 특히 역점을 두고 싶은 것은 근로소득장려금(EITC)으로, 이를 대폭 확대하고 앞당겨서 시행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EITC는 저소득 가구의 근로를 장려하기 위해 근로소득 일부를 세금으로 되돌려주는 제도다. 대표적인 저소득 가구 지원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일정 기준선에 미달하는 경우에만 급여를 지급해 근로자의 자립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EITC는 소득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세금을 보전받아 근로를 유인하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EITC 확대가 지급 대상을 늘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책임 있는 처신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거대 여당의 신임 당 대표 취임 기자회견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경제입법, 재난지원금의 지급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반복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특히 당 대표 출마선언 당시 포스트 코로나 국회의 첫 번째 과제로 꼽은 ‘경제입법’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신산업 육성에 대해서는 한편으로 지원, 한편으로 규제를 혁파 내지 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바이오헬스가 유망한 분야”라고 주장했다. 이어 ‘꼭 필요한 법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다. 주로 포스트 코로나 신산업에 필요한 지원, 규제 완화에 관계되는 법들”이라고 답하며 해당 법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와 시기에 대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더 많은 재난을 겪고 고통을 당하고 계시는 분들께 긴급하게 지원해드리면서 원래의 이름에 충실하게 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앞서 2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활성화됐을 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보편적 지급’을 주장하고 이 대표는 ‘선별 지급’을 내세웠던 기존 입장을 다시 밝힌 셈이다. 이 대표는 “시기는 가능한 빠를수록 좋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지급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여야 관계에 대해서는 원내대표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여야 원내대표 간 의견을 접근하고 있는 4개 특별위원회의 조기 가동을 제안했는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께서 찬성해주셨다”며 “거기에서 중요한 문제들이 많이 다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주 원내대표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회 구성의 원칙이 다 허물어졌는데 민주당이 힘으로 깨부순 것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라고 말한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김 원내대표에게) 주 원내대표의 말씀에 담긴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해보고 서로 접점을 찾도록 서둘러달라 말씀드렸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기자 시절 도쿄특파원을 지내는 등 지일파로 꼽히는 이 대표는 한일관계에 대해 “한일 양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일본 측도 그동안의 한국에 대한 자세를 되돌아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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