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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작 위해 전공의 사칭했나"…의학용어도 모르는 '일하는 전공의' 논란

‘일하는 전공의’ 페이지 운영자와 한 전공의가 나눈 대화. /대한의사협회 제공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책에 맞서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정도면 됐습니다’라는 글로 전공의 파업 중단을 호소한 ‘일하는 전공의’페이지 운영자가 의사가 아닐 뿐 아니라 한국인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1일 대한의사협회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 개설된 ‘일하는 전공의’ 페이지 운영자와 온라인상으로 대화를 나눈 복수의 회원들이 ‘일하는 전공의’ 운영자가 의사가 아닌 것 같다는 제보를 했다”고 밝혔다.

제보에 따르면 ‘일하는 전공의’ 운영자는 스스로 정형외과 전공의라고 밝혔으나, 정작 기본적 의학용어를 모르는 데다, 수부(손)에 대한 기초적인 해부학적 지식인 ‘호시탐탐’(H·C·T·Tm)의 뜻을 묻는 질문에도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호시탐탐’은 손바닥에 위치한 4개의 뼈의 영문 앞 글자를 딴 줄임말이다. 의대시험 단골 출제 문제이며, 정형외과가 아니더라도 의대를 나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약어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하는 전공의’ 운영자는 한 전공의가 메신저로 호시탐탐의 뜻을 묻자 “해부학 배운지 오래인데”라며 “알려주세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혈압과 맥박수, 호흡수, 체온 등을 의미하는 생체활력징후인 바이탈 사인(vital sign, V/S)에 대해서도 운영자는 “인성-생각-존중-마음”이라며 황당한 답을 했다고 의협은 전했다. 특히 ‘일하는 전공의’가 사용한 표현이 병원에서 근무한 사람이 사용할 것 같지 않은 단어가 많았으며, 중국식 표현도 포함돼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하는 전공의’ 운영자는 한 전공의가 메신저를 통해 “글 내용이 전혀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쓴 거 같지 않다”고 지적하자 “이 페이지가 정말 근무한 사람이 적었는지 ‘회의’하시는군요”라고 대답했다. ‘회의하다’는 의심하다의 중국식 표현으로,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이에 운영자와 대화를 나누던 전공의가 “번역프로그램을 이용했느냐”고 묻자, ‘일하는 전공의’ 운영자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정도면 됐습니다’ 게시글. /‘일하는 전공의’ 페이스북 캡처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제보 내용에 따르면 해당 운영자는 전공의, 의사는 물론, 한국인도 아닌 사람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전공의 단체행동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전공의를 사칭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의 정당한 주장을 폄훼하기 위해 누군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부적절한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사 사칭 논란이 커지자 ‘일하는 전공의’ 페이지 운영자는 “나는 개인이오”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북한 지도자에 대한 욕설을 남긴 뒤 당분간 쉬겠다며 페이스북을 떠났다. ‘일하는 전공의’ 페이지는 비공개로 전환됐거나, 삭제돼 현재 검색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9일 페이스북 페이지 ‘일하는 전공의’에 본인을 정형외과 전공의라고 밝힌 한 필자는 ‘이정도면 됐습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여러분, 의료 정책을 내는 데에 있어서 의사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고민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흔히 말하는 ‘4대 악 정책’에는 의사, 의대생, 의대 교수뿐 아니라 공공 의대 설립 예정인 남원에 거주하는 8만여 명의 주민, 첩약 구매를 원하는 국민, 한의사 등이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고, 넓은 범위로는 세금을 내는 모든 국민이 이해 당사자”라고 했다.

이어 “어떤 정책을 정할 때 해당 정책과 관련된 모든 이익 단체 혹은 관련 단체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적었다.

또 “현실적으로 생각해 ‘합의’는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며 “이것이 받아들여진다면 사회 전체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와 대전협 및 의협에 요청한다. 조속한 합의를 통해 파업을 마무리해달라. 확실한 목표를 바탕으로 협상에 임하여 파업을 멈추어 달라. 파업의 끝이 요원하다 환자들. 환자들이 기다리고 여론은 차가워진다. 하루빨리 파업을 멈추어 달라”고 했다.

‘일하는 전공의’ 페이지 운영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 /‘일하는 전공의’ 페이스북 캡쳐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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