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부지원 거절’ 의사에도 불구하고 내년 남북협력기금을 올해보다 3.1% 늘어난 1조 2,4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통일부는 일반회계 2,174억원, 남북협력기금 1조 2,433억원 등 총 1조 4,607억원 규모로 2021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1일 밝혔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남북협력기금인데 올해 1조 2,056억원 대비 377억원 증액됐다. 기금운영 비용 25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사업비는 1조 2,408억원으로 2019년 이후 3년째 1조원대를 유지했다.
통일부는 사업비 증액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등 재해 상황에 대비한 남북간 보건의료협력, 농축산 방역협력 등 분야의 증액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이 증액 편성된 사업은 남북 공유하천 홍수 예방(6억→65억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등 보건의료협력(585억→955억원), 농축산·산림·환경 협력(3,045억→3,295억원) 등이다. 이와함께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사업을 위해 접경지역에 ‘평화통일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에도 32억 7,000만원이 편성됐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코로나 19 등 방역과 관련 외부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남북교류협력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데 대한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은 군사와 대남, 국제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당 부위원장들이 이례적으로 태풍 ‘바비’로 직격탄을 맞은 피해 현장을 찾는 등 방역도 ‘자력갱생’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리병철 동지가 황해남도 장연군 눌산협동농장, 창파협동농장, 학림협동농장에서 태풍피해 복구사업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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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내년도 일반회계 예산은 올해 2,186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사업비 감소액은 29억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는데 이는 탈북민 입국 감소에 따른 정착금 감액 등이 영향을 줬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사업별 예산 가운데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관련 예산은 976억원으로 전체의 63.6%를 차지했다. 통일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을 거쳐 입국하는 탈북루트가 사실상 막히면서 올해 탈북민 입국 인원이 전년 대비 67%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어 통일교육 181억원(11.8%), 통일정책 118억원(7.7%), 이산가족 및 북한인권 등 인도적 문제해결 48억원(3.1%), 남북회담 33억원(2.1%), 정세분석 29억원(1.9%) 순이다.
반면 통일부는 지자체와 민간의 평화·통일 운동 참여를 촉진하는 예산은 확대 편성했다.
통일부는 지자체에 ‘통일플러스센터’ 추가 설치 등 교류협력 상담과 통일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사업의 예산 편성액은 올해 4억 5,000만원에서 내년 33억 8,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인천과 호남 센터를 시작으로 이후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북한 이탈 주민의 자립을 지원하는 취업장려금·고령 가산금·한부모 가산금 등은 40∼80만원 증액됐다.
이인영 장관이 2017년부터 개인적으로 진행해 온 ‘통일걷기’ 행사를 접경지역 인근을 걷는 ‘평화의 길 통일걷기’라는 이름의 통일부 사업으로 편성해 예산 10억원도 새롭게 추가됐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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