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56.5%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의사 증원에 찬성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문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설문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동원 의혹을 부른 데다 통계적 보정 작업도 거치지 않아 그 효력에 대해선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정부 기관이 정부에 유리한 설문 결과를 도출한 것에 대해 신뢰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일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단독] 김영록 전남지사 "'의대정원 설문' 全공무원 참여"... 여론전 된 권익위 조사
권익위는 지난달 11일부터 27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국민생각함에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설립’과 ‘보건의료체계 개선’에 대해 국민 의견수렴을 실시한 결과 총 7만2,375명이 참여했다고 1일 밝혔다. 의사 직종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13.0%(8,862명)였다.
특히 설문 응답자의 56.5%는 의대 정원 확대 등 의사 수 확충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43.5%는 이에 반대했다. 의사 직종 종사자 중에는 대학병원 종사자의 56.6%가 의사 수를 확충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의대생은 9.0%, 전공의는 8.5%, 개원의는 7.2%만 이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권익위에 따르면 일반 국민 응답자의 54.9%는 의사 수 확충 방식으로 ‘지역 내 공공의대 신설’을 선호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이 44.1%(복수응답포함)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특정 분야 의사 부족(39.9%)’, ‘건강보험 수가체계(36.2%)’, ‘대형병원 환자 집중 등 의료전달체계 왜곡(17.3%)’ 순으로 이었다. 지역 간 의료 불균형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는 ‘중앙·지방정부가 중심이 된 지역 공공의료 기관 설립·강화’가 46.4%로 가장 많았다. 사실상 정부 안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가장 많다는 의미였다. 그 다음으로는 ‘의대정원확대·공공의대 설립(37.8%)’, ‘지역 가산 등 수가체계 개편(20.0%)’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특정 분야 의사 부족 해결 방안으로는 ‘기피과목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이 51.5%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공공의료기관설립·강화(24.8%)’, ‘의대정원확대·지역의사제 도입(20.0%)’을 꼽은 응답이 많았다. <관련기사> ▶[국정농담] 호남 공무원까지 동원된 권익위 '의대 설문' 여론전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정부와 의료인 모두 보건의료 문제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지금은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국민권익위는 이번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체계와 관련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설문은 의사 단체들이 의료인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가운데 공공의대를 유치하려는 시군과 도청까지 공무원을 동원해 맞불을 놓으면서 여론 세력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달 14일 ‘권익위 국민의견조사 참여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까지 각 관할 시군·출연기관에 배포했다. 전남도는 이 공문에 “권익위의 설문 결과가 우리 도 핵심과제인 의과대학 설립 추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각 시군·출연기관에서는 ‘모든 직원’과 지인분들이 설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공문에는 김 지사의 직인도 찍혔다. 전남은 목포와 순천이 공공의대 유치전에 나선 상태다. <관련기사> ▶"시장님 지시로 공무원 동원"... '의사 vs 지자체' 여론몰이전 된 권익위 설문
권익위의 설문에 집단대응에 나선 것은 비단 전남도뿐만이 아니다. 전북 남원시청도 같은 날 ‘시장님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직원들에게 “필히 권익위 설문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19일까지 회신하라”는 공문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현 남원시장은 이환주 시장이다. 설문 독려 대상에는 남원시 공무원뿐 아니라 청원경찰까지 포함됐다. 전북 남원은 의대 정원 확대 시 2018년에 문을 닫은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해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이 개교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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