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사진) 대법관 후보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재판과 관련된 사항을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데 대해 “재판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라면, 법관의 재판상 독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 전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기 사이다.
지난달 31일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특위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보면 그는 형사 피고인의 활동을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여론 표시와 집단적 의사 표시가 강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외부 기관과 외부의 정치적 여론 등으로부터의 독립도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 전 장관과의 관계에 대해 “법대 편집실 활동을 같이했지만 대학 졸업 후 활동을 같이하거나 별도의 교류를 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후보자 본인이 지방으로 내려간 후로 아예 연락조차 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저서에서 이 후보자를 ‘정의감이 남달리 투철했다’고 표현한 데 대해서도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법연구회 활동 이력 등을 이유로 제기된 정치편향 시비에 대해선 “진보라고 단정하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관예우 우려 근절을 위해 퇴임 후 개인적 이익을 위한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서면답변을 통해 그는 각종 이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법원이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허가해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원인이 됐다는 비판에 대해 이 후보자는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다른 기관의 사법부에 대한 의견이나 법안도 사법부 독립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철저한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해선 “만약 재심이 청구되면 담당 재판부에서 공정하고 충실하게 재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실제로 헌법이 개정된다면 안전기본권, 정보기본권 등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형제와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아울러 사형제는 부득이한 경우에만 선택해야 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보충적·예외적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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