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비판에 앞장섰던 야권 인사를 대거 사면했다. 오는 12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부 야당에서 ‘선거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자 재빨리 수습에 나선 것이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공보장관은 이날 “온 국민의 연대를 위해 정부가 화합에 앞장서겠다”며 대통령령에 따라 정치범 110명을 사면한다고 밝혔다. 사면 명단에는 국회 부의장을 지낸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 프레디 게바라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로베르트 마레로 등 야당 의원 20여 명이 포함됐다. 다만 현재 스페인 대사관저에 피신 중인 저명한 야권 인사 레오폴도 로페스는 빠졌다.
마두로 정권이 오는 12월 6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권 달래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 과이도 국회의장이 이끄는 민중의지당 등을 포함한 베네수엘라 27개 야당은 마두로 정권이 대법원을 동원해 선거위원회를 자의적으로 구성하는 등 국회 장악을 노리고 있다며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페루와 브라질·콜롬비아·캐나다 등 미주 국가들로 이뤄진 협의체 리마그룹도 야당의 불참 속에 치러지는 선거는 인정할 수 없다고 결의했다.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회는 베네수엘라 국가 기관 중 유일하게 마두로 대통령이 장악하지 못한 기관이다.
대규모 사면에도 반발은 쉽사리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사면 명단에 포함된 야당 의원 아메리코 데그라시아는 트위터에 “마두로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고 난 범죄자가 아니”라며 마두로 대통령을 향해 “당신이 베네수엘라의 평화에 이바지하고 싶으면 우리나라를 권력 찬탈로부터 사면하라”고 말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