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정인교칼럼] 아베 이후 한일관계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후임 누가돼도 日우경화 정책 유지

한일관계 더 나빠질것도 없게 악화

수출규제 등 쟁점...갈등 지속될 것

여당대표가 관계개선 적극 모색을

정인교 인하대 교수




7년 8개월간 전후 최장기 집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병을 이유로 전격 사임을 발표했지만 정책실패와 스캔들로 더 이상 총리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라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집권기간 아베노믹스·도쿄올림픽 등으로 일본 경제를 부흥하려는 노력은 인정받는 듯했지만 국유지 헐값 매각(모리토모학원 사건), 정부 예산 행사(벚꽃 모임) 사적인 활용 등의 스캔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로 민심이 흉흉한데다가 아베의 간판 정책이 실패와 최악의 참사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누가 후임 총리가 되던 일본의 앞날 역시 불투명하다. 코로나19 방역,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 경제난 등의 난제가 수두룩해 어쩌면 내년 총선에서 정권을 내놓게 될 수도 있다.

전후 일본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민주당 집권 시기를 제외하면 자민당이 줄곧 집권했다. 당시에는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이 누적돼 하토야마 유키오 간사장이 이끌던 민주당에 몰표가 갔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민심이 등을 돌리면서 자민당이 정권을 되찾았고 아베 총리가 2006년에 이어 2차 집권을 하게 됐다.

방사성 오염 문제 해결에 매달리던 아베 총리는 일본 경제부흥 전략으로 아베노믹스를 내걸었다. 이로 인해 일본 경제가 침몰을 피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많은 예산을 투입한 실적치고는 내세울 게 없다. 도쿄올림픽은 아베노믹스의 결실을 보여주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여겨졌다. 방사능 오염 걱정을 하는 국제사회가 일본의 올림픽 개최 제안을 달가워하지 않자 아베 총리가 직접 안전을 약속해 잡은 두 번째 도쿄올림픽 개최 티켓은 그의 장기 집권 시나리오의 핵심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르고 여세를 몰아 내년 9월 총선 승리로 집권기반을 다질 계획이었지만 지나친 장기집권 과욕이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했다. 8월 말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는 6만7,000명이고 사망자는 1,279명으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하다. 일일 신규 환자가 1,000명에 달할 정도로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선진국 일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태다. 일시 봉쇄와 해제, 정부 지출 확대로 경제에 대한 충격을 줄이고자 하지만 올해 일본 경제는 전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장기집권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와는 악연이 많았지만 아베 총리는 미국과 중국 대결구도 속에서 일본의 국익을 챙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까지 자존심을 내려놓고 밀착외교를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자국 이익을 챙기는 외교활동을 빈번하게 했다. 아베 총리 사임 발표 직후 미국과 중국은 아쉬움과 함께 그에 대한 찬사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외정책에 관한 한 아베는 ‘일본 제일주의’에 충실했을 뿐 동아시아지역을 리드하려는 의도는 아예 없었다.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위한 헌법 개정 시도, 전범 합사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우경화를 정책에 반영한 대표적인 정치인이었다. 아베가 사임했더라도 일본의 우경화는 바꾸기 어려울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고노 다로 방위상,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등 누가 후임 총리가 되든 현재 일본의 대외정책을 전면수정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한일관계 역시 불투명하다. 양국관계가 더 나빠질 것이 없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나 쟁점을 풀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출규제를 비롯한 양국의 갈등구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우리 정부와 국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낙연 전 총리가 일본의 후임 총리와 한일관계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