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 선출이 이달 중순으로 다가온 가운데 ‘무(無)파벌’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파벌 정치가 극심한 집권 자민당에서 유력한 ‘포스트 아베’로 거론돼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정치를 배우기 위해 ‘삼국지’를 열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스가 관방장관이 직접 인생 상담자로서 내놨던 어록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스가 상담 글, 관저 사람들 '필독'
이를 계기로 스가 관방장관은 올해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에서 직접 인생 상담자로 나섰다. 이 글은 ‘스가 요시히데의 전략적 인생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5월부터 시작했으며 9회차까지 출고된 상태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같은 사실을 소개하며 “(총리) 관저 사람들은 모두 읽는다”며 상상 이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한 코너에서 직장 부하들 간 불화에 대해 고민하는 40대 남성 관리직의 상담을 놓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인용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리더가 좋은 사람이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며 “때로는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이니치는 스가 관방장관이 상담 글들을 통해 “자신의 형(型)을 가져라”, “조직에 휩쓸리지 말아라” 등의 조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스가 "삼국지 읽고 정치 배워"
스가 관방장관은 역사책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요코하마 시의회 의원 선거에 나올 때쯤 서점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남동생에 대해 쓴 ‘도요토미 히데나가-어느 보좌역의 생애’라는 책을 찾아냈다”면서 “도요토미 히데나가처럼 언제나 뒤에서 지켜주는 존재가 있었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를 잡을(통일할 수)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요토미 히데나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이복동생으로 전해지며 하시바 히데나가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시대 통일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가 관방장관은 11년 간의 중의원 비서생활 끝에 요코하마 시의원을 지냈다. 그가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건 48살 때인 1996년이다. 이와 관련해 스가 관방장관은 일본 정가에서는 드문 ‘흙수저’ 출신이기도 하다. 아키타현의 딸기 농가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골판지를 만드는 공장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뒤늦게 호세이대 야간 법학부에 입학했고 경비원, 신문사 허드렛일, 카레집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했다. 아베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어떠한 파벌에도 속해 있지 않아 일본 정가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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