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10월 미국의 탐험가 제임스 에인절은 아내를 포함해 동료 세 명과 함께 베네수엘라의 깊은 산속을 향해 떠난다. 이들의 목표는 금광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탐험대는 엘도라도를 보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수직 절벽에 휘감긴 아우얀테푸이라는 고지대에 불시착하고 만다. 그들은 타고 간 경비행기마저 망가지자 걸어서 내려가기로 한다. 그들은 11일에 걸친 하산길 도중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거대한 물줄기를 보고 경탄한다. 높이 979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앙헬폭포였다.
원주민을 제외하고 앙헬폭포를 처음 발견한 사람에 대해서는 여러 얘기들이 나온다. 17세기 스페인인이 처음 방문했다는 설도 있지만 한 탐험가가 1910년에 발견했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그는 폭포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1933년 에인절이 남미의 정글을 비행하던 도중 근처 비행장을 찾다가 폭포를 발견하면서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에인절은 4년 후 탐험대와 함께 이곳을 다시 찾아 정확한 위치를 잡았다. 폭포 명칭도 그의 이름을 따서 스페인어 발음인 앙헬로 붙여졌다. 현지인들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폭포’라는 뜻으로 ‘케레파쿠파이 메루’라고 부른다.
물줄기만 808m에 달하는 앙헬이 무지개를 그리며 내뿜는 물보라는 ‘천사의 머리칼’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유네스코는 1994년 앙헬폭포를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했고 영국 BBC방송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0’으로 꼽았다. 특히 베네수엘라인들은 현지 화폐에 앙헬폭포의 비경을 넣을 정도로 이 폭포를 랜드마크로 인식한다. 이곳은 수려한 광경 덕분에 영화 등의 촬영지로도 자주 이용된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지난 2009년 칸 영화제의 개막작에 선정된 ‘업’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폭포가 바로 앙헬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포퓰리즘 통치의 대명사인 베네수엘라 정부가 관리 부실과 미국의 제재로 석유 생산량이 바닥에 이르자 대대적으로 금 채굴에 나섰고, 무차별적인 골드러시로 앙헬폭포 인근까지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제가 무너지면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자연유산까지 망가지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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