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당협위원장을 맡기 위한 당무감사 면접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황 전 대표는 총선 패배 이후 종로 당협위원장에 선출되지 않은 채 지역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2일 파악됐다. 이에 강경보수 세력과 결별을 선언한 국민의힘은 황 전 대표의 행보에 제동을 걸 수도, 독려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홈페이지는 지난 1일까지만 해도 황 전 대표가 지역구 기초의원 후보 등을 추천할 권한을 가진 ‘당협위원장’으로 명시했다. 국민의힘은 홈페이지 직함에 대한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직함을 ‘조직위원장’으로 변경했다. 황 전 대표는 당협위원장이 아닌 조직위원장이다. 따라서 전국위원회와 같은 공식적인 당 행사에 참여할 수 없고 선거법을 적용받지도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황 전 대표에게 당협위원장급 대우를 해주며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당 조직국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말할 때는 당협위원장으로 부른다”면서도 “정확한 명칭은 조직위원장이 맞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황 전 대표가 종로에 조직위원장으로 남아 지역 장학재단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당협 조직이 무너진 종로에서 황 전 대표가 깃발을 세우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그가 ‘정치 1번지’에서 자신의 조직을 뿌리내리면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비롯해 대통령선거 때까지 원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8월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그는 2.9%의 지지를 받으며 주요 대선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당 혁신을 위해 9월 전국 253개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최대 169명까지 물갈이할 예정으로 당무감사 칼을 들었다. 그러자 당 지도부가 강경보수 세력과 결별을 선언한 만큼 광복절 집회에 참여했던 민경욱·김진태 전 의원이 낙제점을 받아 당협위원장직을 상실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런 가운데 “황 전 대표가 종로에 남아 있고, 당무감사 면접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당무감사에서 황 전 대표에 대해 어떤 잣대를 들이대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는 최근 광복절 집회 이후 불거진 소위 ‘전광훈 리스크’를 당에 떠안기고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유승민 전 의원 등 뿔뿔이 흩어진 보수진영을 통합했다. 또 그가 삼고초려 끝에 김 위원장을 당에 영입한 만큼 김 위원장이 황 전 대표에게 낙제점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