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돌연 혼수 상태에 빠진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신경작용제인 ‘노비촉(Novichok)’에 공격당했다고 밝혔다. 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은 2018년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독살 미수 사건에도 사용된 바 있어 이번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 당국이 있다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나발니에게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된 사실이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됐다”며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나발니는) 독극물을 사용한 살인미수의 희생자”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정부만이 답할 수 있고, 반드시 답해야 할 매우 심각한 질문이 있다”며 사실상 러시아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간주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로 지난달 20일 모스크바로 향하는 기내에서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로부터 이틀 후 나발니는 독일의 시민단체가 보낸 항공편으로 베를린으로 이송돼 샤리테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앞서 샤리테병원 측은 나발니가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물질에 중독됐다고 밝혔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는 살충제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노비촉과 사린가스, VX 같은 화학 무기에도 쓰인다.
노비촉 공격 사실이 알려지며 러시아 배후설이 증폭되는 것은 2018년 영국에서 발생한 독살 미수 사건 때문이다. 당시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야가 노비촉 중독 중세로 쓰러졌는데, 미국은 그해 8월 러시아가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사용해 스크리팔을 독살하려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노비촉은 지난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보다 5~8배 강한 독성을 가진 물질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소련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생화학무기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며 독일과 언제든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독일이 러시아에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 역시 러시아 배후설은 사실이 아니라며 이 문제에 대해 독일과 정보 교환 및 완전한 협력을 하겠다고 전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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