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의 주례 회동을 아예 없애기로 했다. 총장과 중앙지검장은 그동안 매주 수요일 주례회동을 통해 중앙지검 주요 사건에 대한 논의 및 지시사항 전달을 해왔다. 지난 ‘검언유착’ 의혹 사건 이후 갈등관계가 이어진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10주째 서로 얼굴을 안 보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최근 이같은 결정을 내리고 대신 향후 주요 현안이 있을 경우 유동적으로 이 지검장과 회동을 갖기로 했다. 또 윤 총장은 꼭 중앙지검장이 아닌 다른 검찰청 지검장 및 일선 간부들도 필요하면 직접 보고를 하게끔 하기로 했다. 이미 대검 과장·기획관 등 중간간부급 검사들은 필요에 따라 총장 집무실로 가 직접 보고하기도 한다.
검찰 내에선 주례회동이 무의미해지면서 아예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이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주례회동이 낳는 역효과도 크다는 지적에서다. 주례회동에서 총장과 중앙지검장 간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정작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부장들이 자세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주례회동을 하면 그 내용을 반부패·강력부장이나 공공수사부장, 형사부장 등에게 전달이 제대로 안 돼 대검 수사지휘과장이 중앙지검 내 주요사건을 담당하는 부장검사들에게 전화해서 관련 내용을 알아와야 했다”고 말했다. 대검 부장들이 그동안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한동안은 윤 총장과 이 지검장 간 주례회동이 서면에서 대면으로 다시 전환될 경우 삼성 등 주요사건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나지 않겠냐는 시각이 있었다. 주요 현안은 서면이 아닌 대면으로 만나서 결정해야 한다는 해석에서다. 그러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수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주례회동이 서면인 상태에서 이뤄지면서 이같은 해석도 힘이 빠졌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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