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의사들이 집단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이는 가운데,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3일 문 대통령을 향해 “(코로나19) 국난에 정치를 개입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23일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이 사실상 방역의 한계를 인정한 바 있다”며 “방역이 한계라면 이제 우리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겠느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정부의 차분하고 냉정한 계획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너무나 빨리 국제적으로 K-방역을 너무 많이 자랑해놓은 바람에, 점검하고 조정하는 노력이 터무니없이 모자란 것은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게다가 요즘 들어서는 정치논리가 방역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방역은 병의 전파를 막는 것이고 치료는 의료의 영역인데, 방역이 한계라면, 통제하지 못한 병의 전파에 대응하는 것은 온전히 의료진의 역할로 집중된다”며 “증증병상이 모자라 병원에 가지 못해 죽는 환자가 다수 발생하게 되는 것이 당장의 큰 걱정이다. 의료인력, 장비와 병상의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총동원과 재편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K-방역의 한계는 이미 한참 전부터 감지됐다”며 “일반인구의 항체보유율이 높다는 것은 방역망을 벗어난 환자나 무증상감염자가 많다는 것이고, 이 경우 확진자 개인을 추적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예를 들어 천만 서울인구의 항체보유율이 불과 2%라도, 어디서고 마주칠 수 있는 20만명이 바이러스를 이미 갖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아무 데나 털고 싶은 인구집단을 검사하면 확진자가 상당수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했다.
윤 의원은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지난 십수년간 수면 밑에 두었던 의대생 증원과 공공의대 이슈를 전면화해 의사들과의 극단적인 마찰을 초래했다. 꼭 지금이어야 하느냐”며 “아마도 국난 상황이니 설마 파업까지 하겠나, 지금이 적기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대구지역의 코로나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중대본부장인 (정세균)국무총리가 호남지역 공약인 공공의대 이슈를 밀어붙이기 위해 보건복지위 국회의원들에게 전화 압력을 넣기까지 했다”며 “국난보다 정치가 우선이라는 뜻”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방역과 치료에 정치논리가 끼어드는 순간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며 “이 국난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정부의 방역정책, 그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 전폭적인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선 “국민들 간에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게 되는 것을 원하는 정부가 있을까 싶지만, 너무나 많은 정황이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전일 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간호사 노고 치하 글’을 정조준했다.
윤 의원은 “급기야 어제는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기 하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많은 국민을 경악시켰다”며 “갈라치기라는 낯선 단어는 이 정부 들어 가장 흔한 유행어가 됐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장기전이 예상되는 이 국난을 이겨내기 위해 제발 정부가 데이터 기반의 대책을 강구하고 정치를 개입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며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고생한 의료진이 대부분 ‘간호사’였다는 취지의 표현도 썼다.
이에 문 대통령의 해당 글에는 3만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댓글에서 일부 국민들은 전체 국민을 헤아려야 하는 대통령이 이런 글을 올렸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한 나라의 수장이 이런 글을 쓴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고마울 거면 의료진 전체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대통령이 이렇게 편 가르기를 해도 되나”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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