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폭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동학개미’의 매수세에 힘입어 급락 충격을 줄이며 선방했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15%(27.65포인트) 하락한 2,368.25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3% 가까이 급락하면서 전날 밤의 미국 증시를 재연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개인들이 1조2,86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폭을 크게 줄였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7,814억원, 4,705억원어치를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날 미국 증시의 나스닥지수는 이전 거래일보다 598.34포인트(4.96%) 떨어진 1만1,458.1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11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지수도 각각 3.51%, 2.78%나 급락했다.
미국 증시 급락은 최근 사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해온 기술주가 이끌었다. 애플은 8.01%나 폭락하면서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1,799억달러(약 214조원)나 감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6.19%)와 아마존(-4.64%), 넷플릭스(-4.90%), 페이스북(-3.76%) 등도 약세를 보였다. 전기자동차 브랜드 테슬라도 9% 넘게 하락했다.
이날 미 증시 폭락에 대한 월가의 해석은 엇갈린다. 리퀴지트캐피털매니지먼트의 브린 토킹턴 매니징파트너는 “건전한 조정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반면 RW어드바이저리의 시장전략가이자 창업자인 론 윌리엄은 “자산 가격이 ‘민스키 모멘트’로 넘어가는 시점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스키 모멘트는 과도한 부채를 가진 채무자(투자자)가 호황이 끝나면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져 건전한 자산까지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증시 급등세를 의식해 늘어났던 기술주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투자자들이 대거 수익실현에 나서면서 폭락을 불렀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증시 급락에 이날 닛케이225지수(-1.11%)와 상하이종합지수(-0.87%) 등 일본·중국 증시도 하락 마감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박성호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