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만큼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린 인물을 찾기도 어려울 겁니다. 손 회장은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릴 정도로 기업가이자 투자자로 명성이 대단했습니다. 지난해 7월 손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까이에서 그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당시 손 회장은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들과 1시간가량 만찬을 가졌습니다. 손 회장을 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할 정도로 그를 떠받드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이후 손 회장에 대한 평가를 180도 바꿔놓을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손 회장이 야심차게 투자한 미국의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의 기업공개(IPO) 실패와 대규모 손실입니다.
이로 인해 손 회장의 명성도 금이 갔습니다. 마이다스의 손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손’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었죠. 후유증도 대단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투자 실패 등으로 올 1·4분기에 1조4,381억엔(약 16조5,000억원)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또 소프트뱅크는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알리바바, T모바일, ARM 등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처음으로 비전펀드 조직의 15%가량을 감원하는 구조조정도 단행했습니다. 위워크와 같은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후 아마존·테슬라 등 미국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투자전략에 변화를 주기도 했습니다.
베이커자오팡 뉴욕증시 데뷔 성공으로 반전 기회 잡아
참고로 베이커자오팡은 지난 2001년에 설립된 부동산 중개회사 ‘롄자’가 2018년에 출범시킨 중국 최대의 온라인 부동산 거래·서비스 종합 플랫폼 입니다. 최근 플랫폼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커지고 있지만 주거 관련 사업 확대와 중개 서비스 시장 성장으로 향후 성장 잠재력은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와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다수의 투자를 진행한 홍콩계 부동산자산운용사 거캐피탈도 베이커자오팡에 투자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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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의 베이커자오팡 투자는 지금까지는 위워크와 달리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최근 중국에서 프롭테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JLL이 지난달에 76개의 중국 부동산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7%가 향후 2년내 프롭테크 관련 예산을 10~30%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JLL의 조사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 중에 하나는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이 ‘빅데이터’라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가 차지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상·증간현실(VR·AR)·로보틱스 등은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습니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향후 부동산 시장에서 프롭테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시장 규모가 큰 중국에서의 성장 잠재력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프롭테크 도입이 가속화될수록 손 회장의 투자도 더 빨리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위워크로 위축된 손 회장이 베이커자오팡을 발판으로 삼아 부동산 산업의 미래로 불리는 프롭테크 투자를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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