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를 향해 “아파트값 오르는 속도가 과거 정부보다 최대 12배나 빠르다”고 비판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이번에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매년 발표되는 공시지가가 실제 땅값을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4년간 서울 빌딩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정부 발표 67%보다 크게 낮은 평균 40% 수준이라는 것이다.
경실련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서울 중구, 종로구, 영등포구, 강남구 등에서 거래된 1,000억원 이상 빌딩의 과표 및 세액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날 경실련에 따르면 2017년 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매매가 1,000억원(땅값 포함) 이상 건물 거래 73건을 분석한 결과 총 거래가격은 21조 6,354억원으로 건당 매매가격은 2,970억 수준으로 나타났다. 땅값과 건물가격을 합친 공시가격은 10조원으로 실거래가 대비 47%에 불과했다. 땅값에 대한 공시지가는 7조 3,454억원으로 실제 시세 19조 132억원의 40%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정부는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평균 65.5%이고, 상업·업무용 토지의 시세반영률이 2019년에는 66.5%, 2020년에는 67%라고 발표했다”며 “정부가 발표한 공시지가 현실화율과 경실련 조사결과는 크게 차이 난다”고 설명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매매가 1,000억원 이상으로 거래된 건물 17채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45%로 조사됐다. 2018년 거래된 20건의 평균 시세반영률은 32%, 지난해 거래된 27건은 43%로 파악됐다. 올해 상반기 거래 9건은 평균 시세반영률이 33%에 불과했다. 건물과 땅을 모두 포함한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은 2017년 53%, 2018년 40%, 2019년 51%, 2020년(상반기) 42%로 나타났다.
특히 영등포구 영시티 건물은 토지시세가 4,231억원인데 반해 공시지가는 752억원으로 올해 거래된 빌딩 중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은 18%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건물을 포함한 공시가격도 1,979억원으로 매각액인 5,458억원의 36%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재벌과 부동산 부자가 소유한 73개 고가 빌딩에서만 연간 815억원, 빌딩당 11억원 이상의 보유세 특혜가 예상된다”고 추산했다. 경실련은 공시지가대로 세금을 부과하면 73개 빌딩의 1년간 보유세 총액은 450억원이지만, 시세대로 부과하면 1,266억원이라고 했다. 또 “지난 2005년 공시가격 제도 도입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16년간 1조 3,000억, 빌딩당 180억원 규모의 세금 특혜를 제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50% 넘게 상승했고, 당연히 땅값도 폭등했다”며 “정부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환수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공시가를 현실화시키겠다고 했으나, 매년 발표되는 공시지가는 폭등하는 땅값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시지가 현실화를 통해 재벌·대기업 등이 소유한 고가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징수한다면 서민주거안정 등 공익을 위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며 “지금의 40%대에 불과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당장 80% 수준으로 2배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정부는 2019년 12월 17일 공시지가를 앞으로 7년간 5% 올리고 고가 아파트에 대해서만 공시가격을 8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앞으로도 땅 부자와 재벌기업의 특혜는 유지하고, 아파트보유자인 개인에게만 차별적인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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