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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로 의식 2회 잃은 8세 어린이 살린 '에크모'

급성 전격성 심근염으로 죽음 문턱서

길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서 기사회생

소아심장전문의·흉부외과팀 협진 한몫

급성 전격성 심근염.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심장근육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심장성 쇼크로 기절하거나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질환이다.

8세 김모 군은 지난 3월 8일 오전 갑자기 기침이 심해지고 구토까지 했다. 놀란 김 군의 부모는 급히 동네의원으로 데려갔고 의사는 수액 치료를 했다. 하지만 김 군의 증상이 빠르게 나빠져 급기야 정신을 잃자 의사는 가천대길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전원 조치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전국에 5개 뿐이다.

센터는 김 군이 앰뷸런스를 타고 오후 6시경 도착하기 전부터 김 군의 상태를 체크했다. 의료진이 응급치료에 들어가자 김 군은 의식이 돌아왔지만 혈압과 맥박은 매우 낮았다. 의료진은 소아심장전문의인 안경진 교수를 긴급 호출하고 정밀검사를 했다. 진단 결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전격성 심근염으로 인해 심장이 혈액을 온 몸으로 내보내는 펌프질을 하지 못해(완전 방실차단 부정맥) 쇼크가 발생,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태였다.

두 차례의 심정지를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은 8세 어린이 김모(왼쪽 두번째)군과 아버지가 가천대길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류일(오른쪽 두번째) 센터장, 소아심장전문의인 안경진(가운데) 교수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가천대길병원




의료진은 심장의 수축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강심제를 투여하고 인공호흡기로 심장의 부담을 줄여줬다. 하지만 상태는 계속 나빠져 심장이 제 기능을 잃어갔다. 급기야 심장성 쇼크로 다시 기절했다.

안 교수는 흉부외과팀과 협의해 ‘인공심폐기’로 불리는 체외막산소화장치(ECMO·에크모)로 김 군의 혈액을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넣어줬다. 에크모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중증 폐렴으로 폐나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위중환자의 생명을 이어주는 데도 쓰이고 있다.



김 군의 상태는 조금씩 나아져 기절에서 깨어났지만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러 추가 치료를 병행하자 심장은 서서히 제 기능을 찾았고 김 군은 회복돼 갔다. 어린 나이에 급격한 심정지와 쇼크로 두 번 기절한 김 군은 3일 만인 12일 에크모를 뗐고 20일 퇴원했다. 특별한 신경학적 후유증이나 문제점 없이 여느 또래 아이처럼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일 센터장은 “위중한 상황에서 소아심장전문의와 흉부외과의 협진으로 김 군이 심장마비로 인한 후유증 없이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자기표현력이 떨어지거나 응급실에서 성인 환자들에 밀려 소외되기 쉬운 소아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환아 만을 집중 치료하는 5명의 전담 전문의와 13명의 전담 간호사, 소아응급 중환자실 2병상과 전용입원실 6병상, 음압격리실 등을 갖추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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