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추문이 이어지는 것을 넘어 추가 폭로까지 예고되면서 오는 11월로 다가온 대선 가도에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이 틈을 놓칠세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모든 난국의 원인을 트럼프 대통령으로 지목하는 것을 막판 전략으로 설정했다. 이 같은 메시지로 여론조사에서의 우위를 현실의 승리로 연결하겠다는 굳히기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전용사들을 ‘패배자’ ‘호구’로 비하했다는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6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며칠, 몇주 내에 추가 보도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은 지난 3일 보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보도할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에게 겁먹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틀랜틱의 보도 이후 기사에 나온 익명의 취재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며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군인, 특히 참전용사에 대한 존중이 남다른 미국 사회에서 이런 발언은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층의 표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틀랜틱 보도 이후 워싱턴포스트(WP)·폭스뉴스 등 대형매체들이 각각의 취재망을 동원해 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은 큰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부인에게 ‘엉뚱한’ 화풀이를 한 것 또한 부메랑이 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스티브 잡스는 아내가 유산을 망해가는 극좌 잡지에 쓰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잡스의 아내 로런 파월 잡스가 갑자기 비난의 타깃이 된 것은 그가 상당한 비중의 애틀랜틱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애틀랜틱에 대해 “사기꾼이 운영하고 ‘가짜뉴스’와 ‘증오’를 뿜어내는 잡지”라고 강력히 비난했지만 로런의 애틀랜틱 지분 보유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대중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이전에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외모가 닮은 연기자를 고용해 그를 모욕한 뒤 해고하는 내용의 영상을 촬영했다는 폭로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에게서 나왔다. 코언은 8일 출간될 ‘불충한, 회고록: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실화’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이자 해결사로 온갖 궂은일을 처리해 개인적 비밀을 가장 많이 아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닮은 인물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모욕한 뒤 “넌 해고야(You‘re fired)”를 외쳤다. 이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트럼프를 상징하는 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진행한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넌 해고야’라는 말을 전국적인 유행어로 만든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모든 난국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것을 막판 대선전략으로 정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이 모든 유권자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주는 전략을 택했다”며 “메시지는 바로 모든 일이 트럼프의 잘못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상황에 트럼프 측에서 각종 추문이 터지자 사실상 굳히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가능성이 나오면서 단기예산안을 편성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단기예산안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명확한 단기예산안을 시행할 것”이라며 12월 초까지 적용되는 예산안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예산안은 연방정부 예산을 단기적·일시적으로 투입하는 법안으로 의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정부 자금 기한이 이달 말 만료됨에 따라 그전에 손보지 않으면 10월1일부터 셧다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뉴욕=김영필특파원 맹준호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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