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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소 화재' 강압수사 제보한 변호사, 기소의견으로 송치

경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

변호사는 반발..."모자이크 하면 어떻게 제보하나"

2018년 10월 7일 밤 경기도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 휘발유 탱크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고양=연합뉴스




경찰의 외국인 노동자 강압수사 정황이 담긴 피의자신문 영상을 언론사에 제보한 변호사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해당 변호사는 경찰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일 최정규(43) 변호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최 변호사는 2018년 10월 발생한 ‘경기 고양시 저유소 폭발 사건’의 경찰 피의자신문 영상을 지난해 KBS에 제보했다. 사고 당시 외국인 노동자가 인근에서 풍등을 날려 저유소에 있던 180만 리터의 기름이 불타 사라졌다. 해당 영상에는 풍등을 날린 외국인 노동자가 경찰 수사관의 조사를 받는 장면이 담겨 있다. KBS는 이 영상을 활용해 지난해 5월 17일 “경찰이 ‘중실화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피의자 인권을 침해하고 강압 수사를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담당 수사관은 보도된 영상 중 일부에서 자신의 뒷모습과 목소리가 변조되지 않았다며 지난 4월 영상을 제보한 최 변호사와 이를 보도한 KBS 기자 등을 개인정보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다만 영등포경찰서의 수사 결과 함께 입건된 KBS 기자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2018년 10월 10일 오후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 A(27·스리랑카)씨가 유치장에서 풀려나고 있다./고양=연합뉴스




최 변호사는 소속 법률사무소 블로그에 글을 올려 경찰의 이같은 처분에 반발했다. 최 변호사는 “수사관은 이 영상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 영상은 경찰이 녹화한 것이며 정보공개절차를 통해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영상 취득 과정이 적법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언론사에 변조 없이 영상을 제보한 것을 개인정보 침해라고 본 경찰의 판단도 문제 삼았다. 그는 “(언론사) 홈페이지 어디에도 영상이나 사진을 제보할 때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보내라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며 “당사자 식별도 안 되는 영상과 녹음을 가지고 언론사가 어떻게 (이를) 보도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또 최 변호사는 “피의자조사 과정 녹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건 조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 강압적인 수사를 한 사실이 밝혀져 국가인권위가 고양경찰서장에게 해당 수사관을 주의조치할 것 등을 권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 최 변호사 측의 진정 제기로 피의자신문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해당 수사관이 반복적으로 피의자에게 ‘거짓말하지 마라’며 자백을 강요하는 등 진술거부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최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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