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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65> 백신 앞세워 '코로나 종식'에 ‘세계의 시장'도 과시…올해 첫 대규모 전시회 성황

■국내외 관심 모은 中 베이징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

2020년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에서 중국 국유 제약사인 시노백이 코로나19 백신 후보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2020년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中國國際服務貿易交易會·CIFTIS)를 방문한 지난 7일 행사가 진행 중인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전시장에서 유독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곳이 있었다. 바로 중국 국유 제약회사인 시노팜(중국의약집단)과 시노백(베이징커싱) 부스였다. 두 회사는 이번 행사에서 현재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후보 제품을 공개했다.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한참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대중에게 공개된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종식’의 성공을 확실히 하기 위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다소 급할 정도로 개발작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공개된 백신 후보 제품에 대해 중국 내외의 언론들이 취재경쟁을 벌였고 일반 관람객들도 기념사진을 찍으며 큰 관심을 가졌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으로서 안정성과 효율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공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두 회사 중에서는 시노백의 개발수준이 다소 앞선 것으로 보인다. 시노백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 임상 3상을 개시했으며 다른 두 국가로부터도 임상 3상 승인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회사는 각각 자사 임직원 중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히며 주목을 받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노백 대변인은 최근 임직원과 그들의 가족 약 3,000명이 정부의 긴급사용 승인에 따라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또 시노팜도 “150명의 직원이 접종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서비스교역회에 전시된 시노백의 백신 후보 제품(위)와 시노팜의 백신 후보 제품(아래)


이렇게 코로나19 백신이 주목을 받으면서 서비스교역회의 인기도 크게 뛰었다.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진행 중인 서비스교역회는 올해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내에서의 첫 대규모 오프라인 전시회다. 행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비스교역회 행사가 최종 개최 확정된 것은 지난 7월 말이었다고 한다. 베이징에서 신파디 농산물 도매시장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다행히 수그러들기 시작한 때다. 겨우 두 달 만에 행사를 준비했던 셈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자랑하면서 오히려 행사를 예년에 비해 더 키웠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열린 이번 행사에는 중국 국내외 기업 1만7,158곳이 참가했다. 오프라인 부스는 2,266곳이었다.

베이징의 올림픽공원 내 국가회의중심을 포함해 공원 지역을 가득 메운 전체 행사면적도 20만㎡으로 지난해 행사(16만5,000㎡)보다 오히려 규모가 커졌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급으로서는 한정 부총리가 행사에 직접 참석했고 시진핑 주석이 영상으로 개막 축사를 할 정도로 비중을 뒀다.

한국은 해외 참가국 중 최대 규모인 90㎡ 크기의 ‘한국관’을 운영하며 KOTRA와 한국관광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공공기관이 40여 개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고 비즈니스 상담도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중국중앙(CC)TV 등 중국 매체들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가운데 중국에서 서비스교역회가 성공적으로 열린 것을 자랑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중국이 서비스교역회를 개최한 것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면서 “교역회는 각국에 교류의 기회와 경험을 공유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를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中國進出口商品交易會·캔톤페어), 중국국제수입박람회(中國國際進口博覽會·CIIE)와 함께 중국 3대 전시회로 취급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국제적 전시회로는 캔톤페어 밖에 없던 중국에서 최근 몇년간 수입박람회가 생겼고 또 서비스교역회가 국가급 행사가 됐다.

중국에서의 이런 국제전시회 부각은 중국의 산업 구조의 변화를 상징한다는 평가다. 중국이 저임금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의 공장’일 때는 중국내 전시회가 별로 필요가 없었다. 해외 바이어의 구매에 맞추거나 아니면 해외 전시회에 참석해 홍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구매력을 가진 ‘세계의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중국내 전시회의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인 소비자들을 찾아 중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올해는 글로벌 전시산업에서 중국의 비중이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들이 여전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서비스교역회 같은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사회가 ‘안정’돼 있다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체제 홍보 차원에서 이 전시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교역회에 한 업체가 재활용품 처리기계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도 쓰레기 분리수거가 시작되면서 이런 종류의 자동화기기가 관심이다.


중국에서 제대로 된 국제 전시회가 열린 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직후인 1957년이다.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가 이 해에 남부 광둥성 광저우에서 시작됐다. 광저우에서 열려서 광저우교역회라고도 하는데 축약해서 광교회(廣交會)라고도 한다.

당초 캔톤페어는 경제재건을 위한 외화벌이·물자교류 등을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행사의 목적은 중국산 상품을 해외에 파는 것이었기 때문에 전시품은 수출품으로만 구성됐고 초기 이름도 ‘중국수출상품교역회’였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과 수출확대에 발맞춰 수입 산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2007년부터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로 바뀌고 수입전시 구역이 별도로 설치됐다.



광둥성 등 중국 남부지역이 중국의 이른바 ‘개혁개방’의 대표지역이었고 여전히 중요 공업지역이라는 점에서 캔톤페어는 점차 국제적 명성을 쌓아갔다. 캔톤페어는 봄·가을로 한해에 두 번 열린다. 문화대혁명(문혁) 때도 중단되지 않았던 캔톤페어도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피해가지 못했다. 결국 처음으로 봄 행사가 다소 지연된 지난 6월에 10일 동안 전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당초에는 봄 행사의 취소까지 검토됐지만 리커창 중국 총리 등 중국 수뇌부의 강력한 의지로 진행하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리 총리는 올해 온라인 개막식에도 참석을 했다.

현재 캔톤페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상하이 중국국제수입박람회다. 2018년부터 시작된 수입박람회는 전적으로 시진핑 정부의 대외정책과 관련된 작품이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 자국의 구매력을 과시하는 한편으로 미국의 대중 포위망을 약화시키고 우호 세력을 결집하는 수단으로 국제수입박람회를 고안해 냈다.

이름대로 국제수입박람회는 수입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름이 교역회(Fair)인 다른 두 행사와 달리 박람회(Expo)인 것은 중국 측의 구매행위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2018년과 2019년의 1~2회 수입박람회 때 중국은 각각 578억 달러와 711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구매계약은 기존 무역거래를 박람회 기간에 맞춘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올해 수입박람회에 더한층 공을 들이고 있다. 리 총리가 지난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수입박람회 행사를 잘 준비해 개최한다”고 별도로 언급할 정도로 중국은 집착을 보이고 있다. 앞서 두번의 행사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으며 올해도 마찬가지로 그가 주관할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는 캔톤페어보다 연륜은 적지만 격은 더 높은 셈이다.

서비스교역회가 진행중인 국가회의중심 모습. 관람자들로 분주하다.


3대 전시회의 마지막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다. 이 행사가 ‘서비스’ 분야를 특정한 것은 중국의 산업구조 때문이다. 현지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베이징을 포함한 수도권인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에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길 원한다고 분석한다. 서비스산업에는 첨단 정보기술(IT)도 포함한다. 제조업은 광둥성, 금융은 상하이로 대략 나눠진 상태에서 ‘서비스 베이징’을 통해 중국 전체의 경쟁력 지도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베이징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는 광저우의 수출입교역회에 대응해 경교회(京交會)로 부르기도 한다.

서비스교역회는 지난 2012년 중국 상무부와 베이징시 공동으로 처음 열렸다. 당초 격년제이자 상대적으로 소규모로 열렸던 행사가 2019년부터 매년 열리면서 국가급 행사로 격상됐다. 작년에는 5월로 열렸던 행사가 올해는 9월로 늦춰진 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각종 국제적 전시회 행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입 실적은 부진하다. 이런 전시회들이 ‘우리도 대외 개방을 한다’는 중국측의 명문쌓기에 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중국의 관심사는 수입보다 수출이다.

서비스교역회의 ‘한국관’에서 7일 유복근(가운데)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가 중국인 관람자들을 대상으로 전시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8월 작년 동기 대비 수출이 9.5% 늘어난 데 비해 수입은 2.1%나 줄어들었다.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수입도 5.2% 감소했다. 지난 2019년 한해 총수입 증가율이 -2.8%였던데 이어 올해 2년 연속 역성장인 셈이다. ‘세계의 시장’으로서 수입확대를 내세우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지난 4일 서비스교역회 개막식에 참석한 한정 부총리가 “중국은 14억 인구의 대규모 내수시장으로 국내·외 ‘쌍순환’의 새로운 발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여러분 모두가 중국의 새로운 발전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이 아직은 무색한 상황이다.

/글·사진(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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