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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코로나 세대의 취업절벽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기업 4곳중 1곳만 채용계획 확정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고용 인센티브 등 적극 확대해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삼성그룹이 7일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냈다. 이것이 기업들의 본격적인 하반기 채용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은 네 곳 중 한 곳에 불과하다. 절반의 기업은 아직 채용계획을 못 세웠고 나머지는 아예 채용을 않겠다고 했다.

채용하겠다는 기업 중 40%는 지난해보다 규모를 줄이고, 늘리겠다는 곳은 20%이다. 한 자릿수를 뽑는 기업이 전체의 64%이며 100명 이상 뽑는 데는 5% 정도밖에 안 된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올해 2·4~3·4분기의 채용계획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학교 졸업식 행사에 참석했는데 졸업생 대표가 답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업문이 어느 때보다도 좁아졌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외환위기 때 취업대란을 겪은 이들을 IMF 세대라고 하는데 올해 졸업하는 코로나 세대가 맞닥뜨린 환경도 그에 못지않다. 청년층 확장실업률이 24.9%에 달해 8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며 원서를 낼 기회조차 없어 구직을 단념한 사람들도 68만 명을 넘어섰다.

취업문이 좁아진 것은 감염병 확산으로 항공업계 등 많은 기업이 타격을 받아 사람을 뽑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채용 방식이 신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바뀐 탓도 크다. 대규모 공채 대신 경력직을 우대하거나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을 뽑아 쓰는 인사시스템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산한 것이다. 현대차·LG·한화·코오롱그룹이 수시채용을 택했으며 지난해 3,000명 이상을 채용한 은행권에서 올해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곳은 NH농협은행 하나다.

언택트 선발 방식도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다. 삼성은 직무적성검사를 온라인으로 시행했고 KT 등 다른 회사도 온라인 필기시험을 준비 중이다. 면접을 원격화상으로 실시하거나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이 면접관 역할을 대신한 곳도 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언택트 채용을 활용해야 하는 게 맞지만 도입 과정의 당사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장비 준비나 실습 비용도 부담이 되고 그보다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차단 등 언택트 채용을 실행할 수 있는 기업들의 숫자가 많지 않아 그만큼 취업기회가 줄어드는 게 더 큰 문제다.

정치권에서는 한때 청년취업 문제 등 해결을 위한 코로나세대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지급 등 주목받는 정책에 우선순위가 밀렸다. 14조원을 쏟아부은 1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2차 재난지원금은 자영업자나 특수고용자에게 지급하기로 결정됐다. 감염병 때문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취업절벽에 부딪힌 청년은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났다.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3차 추경에 청년 일자리 관련 사업이 있기는 했다. 정부가 디지털 일자리 10만개 등 직접 일자리를 만든다는 내용인데 계획대로 실행됐다는 발표나 보도를 아직 못 봤다.

애초부터 정부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 취업 대책일 수는 없었다. 쉬운 해결책은 없지만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는 두 조사결과가 있다. 한 취업 포털의 코로나 세대에 대한 설문 결과 이들이 가장 바라는 건 ‘기업’의 채용재개와 신입 채용확대였다. 때마침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을 대상으로 대졸 신규채용을 늘리기 위해 추진해야 할 정책을 물었는데 노동·산업 등 기업규제 완화와 고용증가기업 인센티브 확대라고 했다. 정부와 국회가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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