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학생운동 세력 및 반정부 단체들이 오는 19일 지난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소강상태인 반정부 집회가 또다시 확산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10일 온라인 매체 네이션 등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은 19일 방콕 시내 탐마삿 대학 프라찬 캠퍼스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반정부 집회를 열겠다고 전날 밝혔다. 주최측은 탐마삿 대학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집회에는 5만~10만명의 학생 및 시민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달 16일 방콕 시내 민주주의 기념탐 앞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인 1만여명이 참가한 것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학생단체인 ‘탐마삿과 시위 연합전선’을 이끌고 있는 빠누사야 시니찌라와타나꾼은 “탐마삿 캠퍼스에서 밤을 새운 뒤 이튿날 총리실을 향해 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의회 해산 및 새로운 총선 실시·군부 제정 헌법 개정·반정부 인사 탄압 중지라는 3가지 요구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언론은 전했다. 빠누사야는 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한다면 행진은 방콕 왕궁 인근의 사남 루엉 광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이 총리실 등으로 행진한다면 지난 7월 18일 재개된 반정부 집회가 행사장을 벗어나 이동하는 첫 사례가 된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이번 집회에서는 최근 반정부 세력 일각에서 거론해 파문이 일었던 왕실 문제가 다시 언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정부 활동가 빠릿 치와락은 “그날 무대에서는 왕실 개혁에 대해서도 당연히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정부 진영 내에서도 탄압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왕실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일의 반정부 집회는 태국 서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탁신 친나왓 정부를 무너뜨린 2006년 군부 쿠데타와 날짜가 겹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2006년 9월19일 쿠데타로 탁신 총리는 실각하고 영국으로 망명길에 올랐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태국 정부 및 경찰 당국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아누차 부라빠차이스리 정부 대변인은 19일 집회에 대해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아누차 대변인은 “정부는 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빠까뽕 뽕뻿 방콕시 경찰청장은 집회 참가자들이 캠퍼스를 벗어나 사남 루엉 광장이나 민주주의 기념탑 등으로 행진할지 알 수 없다면서,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고 타이PBS 방송은 전했다. 이에 대해 주최측은 평화로운 집회를 약속하며 “우리는 무기가 없다. 최루탄을 쏘지 말라. 사람들을 공격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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