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라는 내용을 담은 백악관 청원이 동의인 85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두고 “청원 사유의 황당함은 제쳐두고, 엄연히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미국의 대통령에게 구속 기소해달라고 읍소하는 작태에 황망하기 이를 데가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지난 4월23일 미국 백악관 청원 게시판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 올라온 해당 청원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미국으로 밀반입하고, 미국과 한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구속하라’는 제목으로, 청원 게시자는 김일선, 태평(ILSUN KIM, TePyung)이라고 돼있다. 김일선씨는 전 한양대 겸임교수이자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태평TV’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백악관 청원 게시판에는 일반적으로 미국 내 주요 현안에 대한 청원이 올라오는데, 미국 현안이 아닌 외국의 정치와 관련한 사항이 청원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김일선씨의 청원이 동의인 83만8,000명가량으로 1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조사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동의인 65만4,000명가량으로 2위다.
이와 관련 송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을 구속기소해달라는 일부 극우세력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국의 극우세력들의 청원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분노가, 그 다음엔 비통함에 전신이 와들와들 떨렸다”며 “백악관 홈페이지에 미국 내 모든 이슈를 제치고 이 청원이 1등이라고 한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이를 보고 미국 국민들이 느낄 황당함을 생각하니 치욕스러움에 얼굴이 벌게진다”고도 적었다.
송 의원은 “이 정도면 매국(賣國)을 넘어 노예근성이라 부를 만하지 않느냐”며 “마치 조선 말 이완용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백악관에 청원을 올린 극우세력이야말로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에 칼을 겨눈 21세기판 이완용”이라며 “한미동맹을 넘어 한미합방으로 대한민국 주권을 미국에 갖다 바치려는 미친 영혼이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작태”라고 맹폭했다.
아울러 “어느 사회에든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른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던 철학자의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면 극우세력은 노예의 삶을 살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그래서 더욱 측은하고 비통하게 느껴진다”고 비꼬기도 했다.
송 의원은 덧붙여 “더러운 매국매족의 DNA와 피가 이들에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피 묻은 태극기를 다시 한 번 가슴에 품으면서 자신들의 행위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백악관 홈페이지에 서명한 무리들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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