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드 울프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권한대행이 러시아가 오는 11월 미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에 대한 조사와 보고를 중단시켰다는 내부고발자 증언이 나왔다. 지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거짓말’이라고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브라이언 머피 전 국토안보부 차관보 대행은 국토안보부 최고위층으로부터 러시아의 선거 개입 조사와 보고를 그만 두고 백인우월주의의 폭력성을 부각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의 내부고발장을 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부고발에 따르면 채드 울프 장관 대행은 국토안보부 정보분석국을 이끌던 머피 전 차관보 대행에게 ‘러시아의 개입에 관한 정보 평가 생산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신 울프 장관 대행은 중국과 이란의 선거 개입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머피 전 차관보 대행은 주장했다. 이러한 지시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도 똑같이 내려왔다고 머피 전 차관보 대행은 밝혔다.
또 국토안보국의 ‘넘버 2’인 케네스 쿠치넬리 차관대행은 백인우월주의의 위협을 “덜 심각해 보이도록” 정보 평가 보고서의 내용을 고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내부고발자가 주장했다.
머피 전 차관보 대행은 이러한 요구들을 거부했다가 강등됐다고 밝혔다. NYT는 그가 지난달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충돌 현장이 된 오리건주 포틀랜드 상황에 대한 정보 보고서를 작성한 뒤 부처에서 쫓겨났다고 전했다.
그는 내부고발장에서 자신이 “백악관과 국토안보부 고위층이 세운 정책 목표와 어긋나는 정보 보고와 위협 평가를 엮었다는 이유로 보복 인사조치를 당했다”고 말했다.
전날 제기된 내부고발 내용은 이날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의 공개로 처음 알려졌다. 시프 위원장은 머피 전 차관보 대행에게 의회에 출석해 증언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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