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를 대검 검찰연구관(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 낸 사실을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혀 모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최고 수장이 자체 인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총장 패싱’이다. 법무부가 임 부장검사에게 대검 감찰업무를 맡기는 과정에서 대검과 논의하지 않는 등 100% 배제한 터라 추미애 법무부장관·윤 총장 사이 갈등이 재점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임 부장검사를 오는 14일자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령을 내는 과정에서 인사 등을 담당하는 대검 정책기획과와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임 부장검사에 대한 ‘원포인트’ 인사 사실을 윤 총장조차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앞으로 함께 손·발을 맞춰야 할 대검 감찰 1·2·3과에서도 인사 소식을 알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임 부장검사가 내주부터는 대검으로 출근, 감찰 업무를 담당하게 됐으나 정작 총장은 물론 내부에서도 이날 인사에 ‘깜깜이’였던 셈이다.
임 부장검사가 울산지검에서 자리를 옮기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자리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지시를 받아 감찰 정책 등 업무를 담당한다. 앞서 대검 직제개편에서 감찰3과가 신설되는 등 감찰 부서가 확대된 데 따라 감찰정책연구관을 새로 만든 게 아니냐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통상 3개 과를 지닌 부서에서 기획(선임)연구관을 뒀다는 차원에서 신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무리한 ‘밀어붙이기’식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인사를 내면서도 대검과 논의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 부장검사가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 검찰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여온 터라 ‘조직 흔들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조직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인사”라며 “대검에 논의조차 하지 않고 인사를 내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대검 감찰부장이 임 부장검사를 아낀다는 소문이 현실로 드러난 인사”라며 “임 부장검사 개인을 위해 직제를 만든 것도 이례적으로 최근 검찰이 운영되는 자체가 신기하다”고 비꼬았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사들에게 이른바 ‘재갈 물리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메스를 대는 등 수사에 나설 경우 감찰이라는 카드로 압박할 수 있다는 것. ‘감찰→혐의 포착→징계’라는 과정을 통해 ‘비리 검사가 본인 허물을 감추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프레임을 걸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기획연구관과 같은 위치로 감찰부장과 감찰1·2·3과의 중간 단계로 보는 게 맞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암행·사무감찰은 물론 한 명의 검사를 겨냥한 특정감찰까지도 임 부장검사가 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부장검사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서 건의, 전국 검사에 대한 감찰권을 휘두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현재 추 장관은 물론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등 현 정권 실세를 겨냥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서 낸 인사라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현 정권에게 불리한 수사를 하는 검사들을 감찰의 재물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덕·손구민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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