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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1971년 셜록홈즈 모방 강도 사건

피해 내용·규모 등 의혹투성이

땅굴을 파서 은행의 지하 개인금고를 턴 1971년 베이커가 은행강도 사건의 요도. /위키피디아




1971년 9월11일 토요일 밤 런던 웨스트민스터 베이커 거리. 로이드은행 지점이 털렸다. 누구도 몰랐다. 강도들이 땅굴을 파고 지하 금고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밤 11시에 시작돼 이튿날 아침에 끝난 금고털이로 없어진 돈은 약 300만파운드(추정치). 요즘 가치로 원화 1,071억원을 강탈한 도둑 무리 중 4명이 잡혔으나 3명은 끝내 놓쳤다. 회수액도 83억원에 그쳤다. 사건의 진실은 아직도 베일 속에 있다.

강도들은 땅굴로 은행을 터는 코넌 도일의 탐정소설 ‘붉은 머리 클럽’에서 범행 동기를 찾았다. 범행 10개월 전 은행 지점 옆의 옆 점포를 임대해 상인으로 위장하고는 두 달에 걸쳐 길이 12m짜리 땅굴을 뚫었다. 암반이나 콘크리트를 만나면 대담하게도 도로 공사에 맞춰 폭약을 썼다. 범행 당일, 범인들은 빌딩 옥상에 보초를 세워놓고 여유롭게 지하를 뒤졌다. 꼬리는 통신에서 잡혔다. 옥상의 보초와 지하층 간 무전 대화가 부근에 살던 아마추어 무선통신사에게 잡힌 것.

강도들의 ‘수상쩍은 대화’를 신고받은 런던 경찰은 장난 전화로 여겼다. 강도들의 대화 녹음을 신고받고 나서야 경찰은 부랴부랴 움직였다. 경찰 수백 명을 동원해 신고 지점 반경 13㎞ 이내 750개 은행 지점에 대한 수색작업을 펼쳤다. 사고를 당한 로이드은행 베이커 지점도 점검했으나 그냥 지나갔다. 겉으로 멀쩡했기에. 주말이 지나서야 지하를 확인한 지점 측은 대경실색했다. 개인 금고 268개가 뜯겨서 열려 있었다.



강도 사건은 화제로 떠올랐다. 금액이 크고 극적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범행 나흘 뒤부터 체포된 범인들은 쉽게 입을 열었으나 경찰 진도는 여기까지. 피해금액 추정조차 어려웠다. 일부 개인 금고 고객이 신분을 감추려 피해 신고를 거부한 탓이다. 결국 일당 가운데 핵심 인물 3명은 잡지 못하고 강탈당한 돈과 귀중품도 대부분 사라졌다. 검거된 일당은 8~12년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은행 측이 고객들의 일부 피해를 보상하면서 사건은 끝났건만 49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영국 왕실과 정치권의 추문, 고위공직자들의 은밀한 돈거래가 담긴 문서가 강탈돼 수사당국이 덮었다는 루머가 돌았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로 보도를 통제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2008년 개봉작 ‘뱅크 잡’의 소재가 바로 이 사건이다. 영화에서도 핵심 의혹을 건드렸으나 미스터리로 남았다. 관련 문건 가운데 800여쪽은 여전히 ‘비공개’ 대상이다. 2071년에야 비밀에서 풀린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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