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어려움이 있는 회사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때 개별 사업부가 아닌 전체 법인을 기준으로 신의칙을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A씨 등 두산(000150)모트롤 직원 105명이 두산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두산모트롤 창원지점 근로자였던 A씨 등은 사측이 기본급, 가족·근속·복지·생산·직급수당만을 통상임금으로 인하고해 시간 외 수당 등을 산정해 지급했다며 소송을 냈다. A씨 등이 속한 노동조합은 2012년 사측과 단체협약을 통해 정기상여금, 연차조정수당, 유급조정수당, 기능장수당, A/S파견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연차조정수당과 유급조정수당을 제외한 다른 수당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은 근속기간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기는 하나 일정 근속기간에 이른 근로자에 대해서는 일정액의 상여금이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며 “기능장수당과 A/S파견수당은 기술을 지닌 근로자 혹은 일정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에게 근무성적과 관계없이 지급되는 임금이다”고 말했다. 또한 1심에서는 해당 근로자들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면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는 두산 측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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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심은 A씨 등이 속한 사업부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경우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두산이 A씨 등에게 추가 법정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함으로써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발생하는지 여부는 이 사건 사업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두산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돼 이 사건 사업부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해당 사업부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회사가 임금 지급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사업부와 두산을 구별해서 보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사업부가 별도의 조직을 갖추고 독립적인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업부의 재정 상황만을 고려해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따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재무·회계 측면에서도 명백하게 독립돼 있는 등 이 사건 사업부를 두산과 구별되는 별도의 법인으로 취급해야 할 객관적인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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