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외국 항공사 소속 직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잠시나마 숨통을 튼 국내 항공사들과는 달리 국내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외국계 항공사 직원들은 고용 한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외항사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빌미로 대량해고나 무급휴직 카드를 꺼내 들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항공·여행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2개월 연장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적 항공사 소속 직원들은 11월 중순까지 임금의 최대 80%에 달하는 휴업수당을 계속 받게 됐다. 하지만 외국계 항공사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한 외항사 소속 직원 A씨는 “외국 회사라 지원이 어렵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같은 국민이고 전례 없는 위기인 만큼 작은 대책이라도 마련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수년 전 항공사 취업을 함께 준비했던 국내 항공사 소속 친구들의 처지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한 외항사에서 일하는 B씨는 지난 3월 이후 무급휴직 중이다. 당시 회사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무급휴직을 권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이 계속되자 회사는 내규를 고쳐 무급휴직 가능 기간을 6개월까지 늘렸다. B씨는 어렵게 이룬 꿈을 놓지 못해 퇴사 결심을 수없이 삼키고 있지만 그렇다고 언제 복직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해당 항공사의 경우 입사 예정이던 수백 명의 훈련생들이 입사 문턱을 넘기 직전 고용이 취소되기도 했다. 해고 물결은 이제 기존 승무원들에게까지 퍼지고 있다. B씨는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면서 불똥이 기존 승무원들에게까지 튀고 있다”며 “지금 상황을 보면 내 차례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고 불안감을 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급휴직자가 무급휴직 중인 동료를 부러워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리해고의 거센 파도가 유급휴직자들에게 먼저 덮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년차 승무원 C씨와 동료들은 지난 3월 한국에 휴가를 나왔다가 대구 신천지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본사로 돌아가지 못한 채 발이 묶였다. 본사는 한국 직원들의 입국을 막았고, 직원들은 원치 않는 유급휴직에 들어가야만 했다. C씨는 “8월 초 입국 길이 다시 열리자 회사에서 유급휴직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내 조만간 본사로 부르겠다는 공지가 왔다”며 “비용 절감 차원에서 월급을 받는 우리를 먼저 정리할까봐 다들 불안해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을 받지 않더라도 고용이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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