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치킨 배달을 하던 중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50대 가장의 딸이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며 낸 청와대 국민청원에 30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동의하며 함께 분노하고 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는 전날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A(54·남)씨의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작성한 청원은 하루도 안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11일 오전 10시 40분경 30만명을 돌파했다.
이 글에서 A씨의 딸 B씨는 “지난 새벽 저희 아버지는 저녁부터 주문이 많아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고 하고 가셨다”며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으러 어머니가 가게 문을 닫고 나선 순간 119가 지나갔고 가게 근방에서 오토바이가 덩그러니 있는 것을 발견하셨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부모와 따로 살던 B씨는 연락을 받고 경찰서에 갔던 상황도 함께 공개했다. 그는 “경찰서에 갔는데 작은 방에서 어떤 여자가 하염없이 울더라. 그렇게 우는 이유가 우리아빠한테 미안해서인지, 본인 인생이 걱정되서인지 궁금했다”며 “가해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해보니 멀리서 오토바이 불빛이 보였고 아무 걱정 없는 아빠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사라지셨다”고 했다.
본인 가게니까 책임감 때문에 직접 배달에 나섰다는 A씨의 이야기를 전하며 B씨는 “일평생 단 한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이 없는 분이다. 이렇게 보내드리기에는 해드리지 못한게 많다”며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청원에 이어 한 네티즌이 온라인커뮤니티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적힌 불만 글을 캡처해 올리면서 더 큰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전후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치킨을 받지 못한 손님은 “배달 시간은 한참 지나고 연락은 받지도 오지도 않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불만을 표했고, B씨는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사장님 딸이고요. 손님분 치킨 배달을 (하러) 가다가 저희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참변을 당하셨습니다. 치킨이 안 와서 속상하셨을 텐데 이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는 댓글을 남겼다.
한편 A씨는 9일 오전 0시 55분경 인천시 중구 을왕동 편도 2차로에서 오토바이로 치킨을 배달하다가 C(33·여)씨가 술에 취해 몰던 벤츠 차량에 치여 숨졌다. 당시 가해차량은 중앙선을 넘었고, 적발 당시 C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치를 넘었다.
경찰은 음주운전 사고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을 B씨에게 적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 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지인에게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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