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농업과 어업에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하는데 농어민들과 같이 혁신이 작동하도록 해보려고요. 이제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돈을 버는 소셜임팩트 기업도 같이 키우려 합니다.”
김동연 ㈔유쾌한 반란 이사장은 11일 서울 영동농협 내곡지점에 있는 카페 ‘The 6’에서 열린 ‘양돈 마이스터’ 농가와의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환경·자신·사회에 대한 유쾌한 반란을 통해 농어업의 혁신이 일어나고 소셜임팩트 기업이 많이 생겨야 사회적 포용이나 계층이동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018년 말 문재인 정부의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그만둔 뒤 대학이나 정치권 등의 영입제안을 마다하고 올 초 ㈔유쾌한 반란을 만들어 농어촌과 벤처·중소기업, 소상공인, 과학기술 현장 등을 파고들고 있다.
민승규 한국벤처농업대학 설립자(한경대 석좌교수)가 사회를 본 이날 간담회에서 김 이사장은 5,000여 양돈농가 중 13명밖에 되지 않는 최고기술의 양돈 마이스터들과 ‘혁신’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이뤘다. 그는 “모 심고 돼지 키우는 것도 돕고 진짜 민생현장을 체험하며 배우다 보니 부총리 시절에 몰랐던 것을 너무나 많이 느끼게 된다”며 “농축산인끼리 교류하고 농민과 어민이 대화하고 해외와도 네트워킹을 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이스터들은 네덜란드 와게닝겐대 박사 등으로부터 화상으로 농장 방역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6월부터 1년 과정으로 매월 1회 양돈기술과 동물복지, 친환경 축산을 공부하는 ‘마이스터 클래스’ 과정이다.
김 이사장은 “농어촌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양돈을 비롯해 모두 농업 부산물을 농사에 다시 쓰는 순환농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정부도 순환·유기농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쪽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첨단기술과 디지털기술이 들어간 농업이나 생산·가공·체험관광까지 패키지로 하는 농업의 6차 산업화도 필요하지만 현장의 다양한 수준에 맞춰 맞춤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경기도 이천 설봉돼지농장, 전남 보성 유기농장, 경남 거제 다대포 어촌계와 통영 굴 양식장, 밀양 얼음골 사과마을, 경북 예천 쌀아지매농장 등 곳곳을 다닌 소회도 털어놓았다. 그는 “밀양 얼음골 사과 농민들은 11월 중순에 늦게 수확하는데 태풍 피해도 컸지만 지구온난화로 사과농이 늘며 공급과잉으로 고민하고 굴 양식 어민들은 껍데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멸치잡이 어부들은 ‘바다에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몰라 혁신적일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던데 농축산인과 어부가 결연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구온난화로 농어업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앞으로 식량안보 이슈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농어촌 혁신 생태계와 함께 그가 요즘 주력하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벤처·스타트업 양성이다. 오는 21일 ‘소셜임팩트 기업 포럼’을 발족하는 것도 ‘사회적 기업’에 비해 돈도 더 벌면서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을 많이 키워내자는 취지다. 그 사례로는 폐 시트나 바다그물로 가방을 만드는 스타트업, 공장식 축산이 아닌 동물복지 농장, 유기농 목화로 옷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 청각장애인 기사만 고용해 태블릿으로 승객과 소통하는 택시회사,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 스타트업 등을 들었다. 김 이사장은 “요즘은 품질·가격 못지않게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하는 소비가 늘고 해외 국부펀드 중 5~10%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며 “농어업이든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사회적 가치를 내놓는 기업이 많이 확산되도록 홍보·마케팅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셜임팩트 기업을 하려면 자선사업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혁신과 기업가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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