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인 미국 서부 해안 지역의 산불이 연일 맹위를 떨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서는 십수명의 실종자가 발생하면서 앞으로 사상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캘리포니아주 북부 산불로 인한 사망자 7명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16명의 실종자 수색에 나서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데릭 벨 보안관은 대원들이 더 충격을 받은 지역으로 진입하면서 더 많은 시신이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NBC뉴스는 현재까지 캘리포니아에서만 310만에이커가 불에 탔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현재 캘리포니아에는 유타와 콜로라도·텍사스주 등의 소방관들이 긴급 투입된 상태다.
오리건주에서는 현재까지 산불로 90만에이커가 불에 탔다. NYT는 이는 일반적인 계절에 비해 두 배 이상 큰 피해 규모라고 설명했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주지사는 “주 전역에서 이 정도의 불길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산불은 포틀랜드 교외 지역도 위협하면서 밤사이 수십만명의 주민을 상대로 대피령이 내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애슐랜드경찰국과 주 경찰 등 사법기관은 최소 2명의 사망자를 내고 약 600채의 가옥을 파괴한 알메다 화재에 대한 방화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워싱턴주의 경우 북부에서 이번주에만 48만에이커 이상이 불타면서 지역사회 자체가 파괴됐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지사는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워싱턴 등 우리 모두는 엄청난 화재라는 같은 곤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기후변화로 이런 산불들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피해가 더 커지면서 우리를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주 뷰트카운티 화재로 10명, 워싱턴주 북부 콜드스프링스 화재로 1명, 오리건주 알메다 화재로 2명 등 총 1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기후변화가 산불을 키웠다는 주장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컬럼비아대의 생물기후학자인 파크 윌리엄스는 산불과 온난화의 연관성,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에서의 연관성은 “간단하다”며 “더 따뜻한 온도가 연료를 건조하게 하는데 거기서 (산불에) 필요한 것은 스파크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서부 대부분 지역에서 인간에 의한 온난화와 그에 따른 건조 효과를 다룬 논문을 발표했으며 “앞으로 수십년간 산불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까지 관측된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 CBS뉴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메르세드대의 존 애벗조글루 교수는 “서부 지역에서 화재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장단기적인 환경적 요인이 합쳐지면서 올해 화재 시즌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가 반드시 화재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처럼 폭염 등의 조건이 갖춰졌을 때 화재를 키울 요인으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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