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주의 영화] 한국의 크리스찬 베일? 이희준의 변화무쌍한 얼굴

영화 ‘오!문희’ 스틸 /사진=CGV아트하우스




배우 이희준의 얼굴은 변화무쌍하다. 비슷한 캐릭터를 맡았을지언정 작품과 상황에 따라 다른 색깔을 표현해낸다. 왠지 모를 친숙한 그의 얼굴에 관객은 쉽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볼수록 진국이 아닐 수가 없다. 연기력은 말해 무엇하며 최근에는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찬 베일에 버금가는 체중 증량으로 ‘노력파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오! 문희’는 제목처럼 배우 나문희를 위한 영화다. 나문희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이 영화에 이희준은 캐스팅 라인업 두 번째로 명시돼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이희준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없었다. 나문희의 아들이자 양념역할을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보니 ‘오! 문희’에서 ‘오! 두원’으로 바뀌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희준이 맡은 두원 캐릭터가 사실상 주인공이고,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원은 상사도, 고객도 무서울 것 없는 보험회사 직원이다. 그런 두원이 유일하게 약해지는 존재가 있으니 치매에 걸린 어머니 문희와 딸 보미다. 아내는 치매 어머니를 돌보다 집을 나갔고, 딸을 홀로 키워야 하는 상황. 이희준은 듣기만 해도 삶이 버거워 보이는 두원 캐릭터를 두고 “내가 두원이었다면 도망치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참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 다소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이희준은 캐릭터를 완벽 분석해 본인 그 자체로 만들어버렸다. 감정 표현도 다양하다. 울다, 웃다, 분노했다가 여러 감정들을 표현해내는 데 부담스럽지가 않다. 뭉클한 효심과 부성애를 그리는 동시에 코믹함 또한 놓치지 않았다. 특히 싱글벙글 웃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는 얼굴, 이 복잡다단한 감정에 관객은 저절로 이입하게 된다. 이희준의 힘이 새삼 느껴지는 지점이다.

맡은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도 철저하다. 대구 출신인 이희준은 충청도를 배경으로 하는 ‘오!문희’를 위해 촬영 전 충청도 논산에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며 특유의 정서와 사투리를 익혔다. 또 논두렁 진흙탕 싸움, 동물과의 추격 장면, 카 액션 등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사진=쇼박스


이희준의 노력은 앞서도 충분히 증명됐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대통령 경호실장 역할을 위해 자처해서 몸무게를 100㎏까지 찌워 관객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몸무게를 증량했다. 역할을 위해 살을 찌웠다 뺐다 하는 열정은 한국의 크리스찬 베일로 불려도 될 것 같다.

2012년 KBS2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희준. 알고 보면 14년 무명생활을 통해 험난한 여정을 겪었다. 단역으로 겨우 얼굴을 내비치고 통편집 굴욕까지 당했으나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차근차근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14년의 무명 생활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이희준의 장점 중 하나는 임하는 작품마다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점이다. 그 스스로도 “촬영하는 영화에 젖어드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남산의 부장들’을 촬영했을 당시 이와 관련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밤샘 촬영을 하고 KTX 첫 차를 타고 올라오는데 누가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게임을 하길래 나도 모르게 ‘무음으로 하시죠’라고 경고를 했어요. 그러자 ‘죄송합니다’ 하면서 소리를 줄이시더라고요. 그때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을 봤는데 100㎏의 덩치 크고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있더라고요. 원래 남한테 그런 소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그는 역할이 크든 작든 출연하는 작품에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 이희준은 “항상 영화에서 주연이라고 생각한다. ‘미쓰백’에서도 내가 주연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의 오랜 마음가짐과 말처럼, 연기에 임하는 진정성 있는 자세는 작품에서 빛을 발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영화 ‘보고타’ 콜롬비아 로케이션이 중단된 이희준은 곧 이성민과 함께하는 영화 ‘핸섬가이즈’ 촬영에 먼저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엔 머리를 길게 기르며 촬영 준비에 한창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변화로 관객을 놀라게 할지 궁금해진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