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여성 A씨는 회사에 다니는 남편의 귀가시간이 매번 한밤중이라 그를 믿지 못하게 됐다. 그러던 중 그녀는 남편의 휴대전화에 깔린 웨이신(위챗)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남편이 다른 여성들과 수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불륜을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하면서 불륜행위가 늘어나고 있다고 AF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위챗을 비롯한 SNS가 사회 인간관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지만 외도를 쉽게 할 수 있는 경로로 이용돼 결혼생활을 파탄 나게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현재 A씨는 남편과 함께 부부관계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불륜 행각을 들켰는데도 남편은 “기술 발전으로 타인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워졌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A씨의 화를 돋우고 있다. 위챗에서 인근에 위치한 사람을 찾는 기능은 불륜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혼인 건수는 1998년부터 2018년까지 20년 새 이혼율이 무려 4배 가량 급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총 947만쌍이 결혼했고, 415만쌍이 이혼했다. AFP통신은 “성 관련 산업이 번성한 중국에서는 반려자 이외 상대와 성적 관계를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최근 중국에서는 외도 또한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륜 현장을 잡기 위한 흥신소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상하이의 한 사립탐정은 매달 10건 정도의 조사를 의뢰받는데 이중 40%가 외도 조사다. 이 탐정은 외도 증가의 원인과 관련해 “사회적 윤리가 추락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생활 속 물질적 변화와 기술 발전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륜 행각으로 아이가 태어나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내 이혼 증가를 두고 교육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중국에서 성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지만 사랑과 결혼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AFP통신은 “일부 현지 언론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외출 자제로 이혼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자가 격리 생활이 계속되면서 부부간 트러블이 폭증한 게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혼 증가가 국가적인 난제로 떠오르면서 중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는 지난 5월 이혼 협의 중인 부부에게 한 달 간의 ‘쿨링오프(냉각)’ 기간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부부가 이혼 신고를 한 지 30일 이내라면 부부 중 어느 한 쪽의 신청으로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혼 증가세를 막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고육책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