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베잡이는 작은 배에 연결된 밧줄 하나에 목숨을 의지한 채 페르세베를 따낸다. 위험하기는 배를 모는 사람도 페르세베잡이와 똑같다. 파도에 휩쓸리다 보면 배가 바위에 부딪혀 깨질 수도 있다. 배를 모는 사람은 배가 뒤집어지는 상황에서도 페르세베잡이와 연결해놓은 밧줄을 끊어내지 않는다. 어차피 생사를 같이하기로 약속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갈리시아에서 수대째 페르세베를 채취하며 사는 사람들이 가족 외에는 함께 바다에 나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페르세베를 거북이 손처럼 생겼다고 해서 거북손이라고 부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보찰(寶刹)이라는 불교 용어로 소개돼 있다. 보찰은 극락정토를 뜻한다. 불자들은 거북손이 가리키는 방향에 극락이 있다고 믿었다.
최근 영국 북웨일스의 카나번 인근 해변을 거닐던 일가족이 대량의 페르세베를 발견했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일가족이 발견한 페르세베는 2,000마리 정도로 값이 마리당 25파운드(3만8,000원)로 계산해 5만파운드(7,600만원)에 달한다. 누군가의 ‘바다 로또’ 당첨이 부럽기는 하다. 하지만 별다른 노력이 없는 우연한 횡재가 어찌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며 힘겹게 채취한 페르세베에 견줄 수 있겠는가. 매번 목숨을 내걸고 바다에 나가는 갈리시아의 페르세베잡이에게는 부디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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