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이 인력부족으로 업무환경이 악화하면서 의료현장을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력구조의 근본적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 현장업무를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조금이나마 간호사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스타트업 널스노트의 오성훈(28·사진) 대표는 1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간호사 업무 앱이 근무여건·인력부족 문제를 푸는 데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확신에서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시범(베타) 서비스로 내놓은 모바일 앱 ‘널스노트’는 간호사 업무능력을 높이고 적응을 돕도록 수기 노트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간호사들이 병동별 업무내용, 교육자료, 실무지침 등을 손쉽게 검색하고 공지사항, 근무표, 지참약 조회 등 업무 관련 사항을 공
유할 수 있다. 오 대표는 “가령 신입 간호사가 환자 입원 시 체크해야 할 매뉴얼을 교육간호사로부터 배우지 않아도 앱을 검색해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자기 본 업무에 교육까지 담당하는 경력 간호사들의 짐을 덜어주는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업무효율을 높인다는 입소문 덕에 시범 서비스 10개월 만에 가입한 간호사가 7,100명을 넘었다. 병원 전체에 널스노트를 적용한 곳은 광주보훈병원·광주KS병원 등이며 광주 지역 중소병원들을 대상으로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병원·현대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병원 내 소그룹별로 널스노트를 쓰는 간호사들까지 포함하면 병원 수는 1,000곳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앱을 만든 오 대표는 간호사다. 2년간 전남대병원 외과병동 간호사로 근무했고 3년 넘게 ‘리딩널스’라는 이름으로 간호사 웹툰도 연재하고 있다. 간호사의 애환을 묘사한 그의 웹툰은 팔로어가 4만명이 넘는다. 웹툰의 수많은 댓글 사연을 보면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창업을 결심한 오 대표는 지난 2018년 병원을 퇴사하자마자 널스노트를 세웠다. 그는 “업무환경을 5~10%만이라도 개선해 간호사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사명감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직업의식과 책임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장에서도 발휘됐다. 그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했던 올 2~3월 경북 청도대남병원과 안동의료원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신혼 5개월 된 아내와 가족 몰래 전쟁터에 뛰어든 그도 체력적 한계와 감염공포를 견뎌야 했다. 그는 “정신병동에서는 환자가 밥을 떠먹이려는 손을 물려고 하기도 하고 환자의 밀침에 고글이 벗겨지기도 했다”며 “봉사소식을 접한 간호사 100여명이 경북 지역 봉사에 자원해줬을 때는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널스노트는 연내 정식 서비스로 전환해 내년에는 가입자를 5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앱 도입 병원도 내년 최대 100곳으로 확대하고 앱을 구인·구직까지 담당하는 간호사 커뮤니티로 키우기로 했다.
그는 “현재 현장근무 간호사가 20만명 정도인데 일을 그만둔 간호사 중 10~20%만 복귀해도 근무환경이 크게 나아진다”며 “인력충원의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되도록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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