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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다다' 이상엽 "제 모든 연기에 '찐'이 붙었으면 했어요"

배우 이상엽. / 사진제공=웅빈이엔에스




“제게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가장 나다웠던 작품, 이상엽이 자연스레 녹아들었던 작품인 것 같아요. 이혼하고 재결합하는 인물의 흔치 않은 상황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자연스럽게 설득시키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이상엽의 표정과 현실적인 감정들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배우 이상엽은 지난 14일 오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속 윤규진이 이상엽일 정도로 가장 자연스러웠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사회적으로 여러 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잘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며 다행스러움과 아쉬움이 묻어나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 ‘이런 게 정말 가족극이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사람이나 캐릭터가 더 많이 보였고, 다들 연기를 잘하셔서 여러 입장들에 대해 생각해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모두가 더 많이 생각나고 보고 싶어요. 당분간은 심적으로 좀 힘들 것 같아요. 드라마에 깊숙이 박혀있던 것 같아 오랫동안 ‘한다다 앓이’를 할 것 같습니다.”

그가 출연한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송가(家)네 자녀들이 모두 ‘한 번 다녀왔다’(이혼)는 콘셉트로 부모와 자식 간 이혼에 대한 간극과 위기를 극복하며 행복을 찾는 과정을 다룬 가족 주말극. 이상엽은 극 중 송가네 셋째 딸 송나희(이민정 분)와 이혼 후 재결합하는 소아전문 병원 내과의 ‘윤규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사진제공=웅빈이엔에스


이상엽은 작품 내내 윤규진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스스로도 “어느 순간부터 연기할 때 윤규진이 이상엽이고 이상엽이 윤규진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윤규진은 가장 이상엽스러운 캐릭터였다. 그는 자신과 어울리는 모습과 소리, 말들을 녹여주신 작가님의 대본에 좀 더 현실성을 담아보고 싶어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제 모든 연기에 ‘찐’이 붙었으면 했어요. 찐 형제, 찐 아들, 찐 부부까지. 그냥 이 사람이 연기하고 있다는 모습보단 진짜 실제 그 사람이 거기 살아있는 것 같은 모습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극에서 규진이 어머니와 장모님, 아버님과 대면하는 감정 신에서도 모든 걸 덤덤하게 얘기하고 싶었어요. 아쉽게도 어머니와 장모님과 얘기할 때 감정이 터져 나와 그러지 못할 때도 있었어요.”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김보연(최윤정 역)과 이민정(송나희 역) 덕분이기도 했다. 이상엽은 “서로의 감정을 잘 나누었기에 극 중 어머니와 해당 신에 대해서 깊게 얘기한 적이 없다”며 김보연 선배에게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피력했다. 또 이민정과는 누나 대신 MJ란 호칭을 따로 부를 정도로 친해져서 호흡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모자(母子) 호흡은 ‘척하면 척!’이었어요. 서로의 눈을 보면 모든 게 다 이해가 됐고, 모든 감정이 전달됐어요. 어머님은 감정을 잘 이끌어주신 최고의 여자 배우이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MJ와의 호흡도 최고였어요. 어머니계의 최고 호흡은 김보연 선배님, 동년배 중에 최고의 호흡은 민정 누나였어요. 두 분께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 사진제공-웅빈이엔에스




이외에도 이상엽은 작품의 인기에 큰 영향을 끼친 중견 배우들의 활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연기하면서 선배 배우들의 농익은 자연스러운 연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천호진 선배는 그 자체가 송영달 상인회 회장님이셨어요. 옷과 메이크업도 변화를 거의 주지 않으셨고, 머리도 집에서 툴툴 털고 나온 듯한 송 회장님 그 자체였죠. 밝은 표정의 김보연·차화연 선배님도 그 안에 살고 계시는 모습이었어요.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모습을 보며 저게 바로 연륜이고 진짜 배우임을 느꼈죠. 저도 저로서 다가가려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미혼인 이상엽은 이번 작품을 통해 기혼을 연기하며 자신의 결혼과 결혼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그는 “결혼에 대한 생각은 늘 있다”며 자신이 꾸리고 싶은 가정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부부간 말하지 않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었어요. 대화가 앞서고, 대화를 하며 배려 해줘야 알지…그래서 규진과 나희도 엇갈렸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규진과 나희가 ‘그랬구나~’라며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듯 서로 답답한 부분을 얘기하면서 푸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친구 같고, 온 가족이 편하면서도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 사진제공=웅빈이엔에스


이번 작품을 통해 이상엽은 느낀 점이 많았다. 극에서 용주 시장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삶에서 성장했듯 유산과 이혼의 아픔을 경험한 규진도 나희와의 재결합, 쌍둥이 출산을 통해 한층 성장했다. 실제로 외동아들인 이상엽은 규진을 통해 자신의 모습과 함께 실제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됐다.

“모두가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삶을 살지 않고 남 탓을 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사람들, 규진이도 성장을 했어요. 성장하면서 행복한 모습들이 보였어요. 저도 이 작품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저도 제 삶을 살고 싶어요. 어머니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됐고, 올해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주말극을 비롯해, 코미디와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꾸준히 소화해온 이상엽은 어느덧 14년 차 중견 배우에 접어들었다. 그는 “배우로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던 점이 기특하고, 쉬지 않고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건 스스로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최근 예능에 출연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가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그의 목표는 여전히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배우다.

“오랜 시간 저는 매력이 없는 배우라고, 제 연기가 흥미와 재미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쉼 없이 작품을 하며 극복하고 있어요. 사람들을 만나고, 조금씩 달라지는 주위 반응들과 제 성취감으로 저를 다독이고 있어요. ‘너 잘하고 있어, 좋아. 너 되게 멋있어’라고 말해준 선배들(윤계상, 장혁, 이선균, 김석훈 등)도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요. 결국 저를 뛰게 하는 원동력은 현장이에요. 현장에서는 가슴이 막 뛰어요. 가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현장이 그리워요. 눈으로 사람에게 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제 장점이자 목표를 현장에서 계속 이뤄나가고 싶어요.”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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