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해임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공공기관장을 중도 해임 조치하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구 사장의 개인 비위가 거론되고 있지만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으로 청년층의 거센 반발을 부른 ‘인국공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구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기획재정부 측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께 기재부가 개최할 예정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구 사장 해임 안건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토부와 기재부 측은 ‘해임 사유는 개인 신상과 관련된 것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공 업계와 공사 노조에서는 이번 해임 건의가 구 사장 개인 비위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구 사장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감사를 벌여왔다.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여러 문제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태풍 ‘미탁’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며 조기 퇴장했지만 그날 저녁 경기도 안양의 자택 인근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를 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또 올해 초에는 한 직원이 부당한 인사를 당했다며 해명을 요구하자 오히려 이 직원을 직위 해제하는 등 갑질 의혹도 제기됐다. 이 밖에 공항 로고 변경 문제도 논란이 됐다. 로고 변경 자문위원장은 구 사장의 서울대 및 학군단 후배가 맡았다.
일각에서는 지난 6월부터 불거진 인국공 사태의 파장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공사는 비정규직인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직접 고용한다고 발표한 뒤 노조는 물론 취업준비생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항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국공 사태로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구 사장 해임 카드를 돌파구로 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사장은 이미 해명된 일로 해임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구 사장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법인카드 문제는 이미 조사를 통해 해명이 된 사안인데 이해할 수 없다”며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가고 저녁 식사를 한 것이어서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문제도 나는 정부 정책에 따라 마무리하는 위치이지 최종 책임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16일 오후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구 사장은 28년간 국토부에 몸담으면서 국제항공과장과 서울지방항공청장·항공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2019년 4월 정일영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구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2년 4월까지다.
/한동훈·조양준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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