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그랜드호텔과 옛 미월드 자리 등 부산에서 추진 중인 생활숙박시설 일부가 관광도시 기능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고대영(영도구1·사진) 부산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시의회에서 열린 ‘부산 높이경관 관리 정책토론회’에서 해운대 중심미관지구에 위치한 그랜드호텔이 37층 2,080호실 규모의 생활숙박시설로 추진되는 것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난개발과 주거용도 변질 등으로 인해 생활숙박시설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생활숙박시설은 실내에서 취사와 세탁 행위 등 주거 활동이 가능한 곳이다. 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지난 2012년 1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제도화됐고 2013년 5월 건축법 시행령 일부 개정을 통해 숙박시설 용도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현재 부산에서 추진되는 생활숙박시설의 경우, 해양관광을 위해 지역을 찾는 외국인 수요에 대응하고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와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난개발과 주거용도 변질 등으로 이 같은 관광 활성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게 고 위원장의 설명이다.
고 위원장은 “해운대 그랜드호텔, 미월드 부지, 북항재개발사업(1·2단계), 그리고 옛 한진CY부지 등 부산의 노른자위 땅들이 당초 사업목적과는 맞지 않는 생활숙박시설로 채워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사업시행자가 현행 법체계 테두리 안에서 생활숙박시설로 건축 인·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미비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시의회를 중심으로 대응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등과 심층적인 연구·토론을 통해 생활숙박시설이 주거 용도로 변질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과 해안가 조망의 사유화 등을 다루기로 했다.
또 부산시에는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통해 부산시 여건에 맞는 ‘부산형 생활숙박시설 운영방안’ 모색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해운대 그랜드호텔은 지난해 여름 갑자기 폐업 입장을 노조에 통보한 뒤 같은 해 12월 31일 문을 닫았다. 이 호텔 직원들은 밀실매각, 위장폐업 의혹을 제기하면서 9개월 넘게 길거리 투쟁을 하고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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