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백악관에서 관계 정상화 협정을 체결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이스라엘과 UAE·바레인 간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합의인 ‘아브라함협정’ 서명식을 열었다. 지난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대립관계였던 걸프 지역 아랍국가와 수교에 합의하는 것은 72년 만에 처음이다.
서명식에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UAE의 셰이크 압둘라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외무장관, 바레인의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외무장관이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 자격으로 참석해 서명했다. 협정 명칭은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로써 이스라엘이 수교에 합의한 아랍국가는 기존 이집트와 요르단을 포함해 4개국으로 늘었다. 이스라엘은 1979년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었고, 1994년 요르단과의 평화협정으로 적대관계를 청산했다. 이후 무려 26년 만에 아랍국가와 평화협정에 서명했는데 이는 국경을 맞댄 이집트·요르단뿐 아니라 걸프 지역으로 외교무대를 본격적으로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UAE와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앙숙인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연설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수십년간의 분열과 갈등 이후 우리는 새로운 중동의 여명을 맞이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 앞서 집무실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하면서 5∼6개 국가와 이스라엘 사이의 추가적인 평화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5개 또는 6개 국가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추가로 수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이슬람 국가로는 오만·수단·모로코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수니파 대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적당한 시기에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번 협정을 자신의 주요 외교치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협정은 왜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자격을 갖췄는지를 보여준다’는 제목의 소식지를 배포하고 “이스라엘이 참여한 평화협정은 단 두 건으로, 72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사이에 두 건의 똑같은 합의를 완성하는 데 일조했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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