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차 추경예산 중 많은 몫을 자영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 감소를 겪은 대부분 업소에 100만원,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문을 닫았던 곳은 200만원, 영업시간 제한을 받았던 곳에는 150만원을 준다고 한다. 독자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도 지원 대상이다.
정부 지원이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달 임대료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으며 생계에 큰 보탬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특히 가뜩이나 부족한 판에 급하지도 않은 통신비 2만원을 13세 이상 모두에게 준다는 방침에 의아해한다.
이번 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실내체육시설과 학원이 다시 문을 열고 커피점과 식당의 영업 제한이 풀려 다행이다. 방역을 철저히 해 다시 격상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차제에 업주들도 감염병 예방 조치를 위해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실내 띄어 앉기와 칸막이 설치 등을 확대하고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은 QR코드에 의한 출입자 관리를 보편화할 필요도 있다. 내가 아는 이발소는 고객이 마스크를 쓴 채 머리 자르는 방법도 개발했다.
올해 자영업 대출이 지난 8월 말까지 22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가 16조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소상공인 대출 등을 확대하고 이미 대출한 돈에 대해서는 원리금 상환을 미룰 수 있도록 해준 덕분인데 문제는 갚을 능력이 있는가다. 감염병 지속과 경제 충격의 여파로 돈을 벌기는커녕 적자를 보는 곳이 대부분이며 폐업하는 곳도 속출한다. 지난해 대비 자영업자 숫자가 11만명 줄었으며 앞으로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업주가 절반이 넘는다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결과도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 대출에서 2개월분 종업원 봉급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탕감할 수 있게 해 부담을 줄여줬는데 우리는 전액 대출이라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
정부가 애초 이달 15일까지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기로 한 방침을 임시방편으로 내년 봄까지 6개월 더 연장했지만 당사자를 비롯해 부실위험을 안은 금융기관의 뇌관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은행·소상공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면밀한 사업성 분석을 통해 추가적 금융 소요를 적정화하고 충당금을 사전에 비축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자영업은 이미 포화 상태다. 한국의 자영업 비율은 25%로 미국의 네 배, 일본과 독일의 두 배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의 식당은 모두 67만개에 달한다. 농촌 및 유아까지 포함한 인구 80명당 한 개꼴로 도저히 채산성이 나오기 어려운 상태다. 미용실과 편의점도 비슷하다. 그 결과 국가 경제적으로도 서비스업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려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인 제조업과 대비된다.
자영업에 대한 쉬운 해법은 없으며 정치권에서 억지로 만드는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조치는 효과도 불분명하고 수명 연장책에 그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이 은퇴 후 개업이라는 틀을 밟도록 만든 우리나라의 고용구조나 관행을 고쳐야 한다.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 체계를 타파하고 고령에도 일할 수 있도록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낯선 자영업이 아니라 경험을 쌓은 전문 분야에서 파트타임·파견·자문 등의 형태로 더 일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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