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상반기 투자 규모가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방위에서 고조되고 있는 양국 간 갈등이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리서치회사 로디움 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직접투자(FDI)와 벤처캐피탈투자 등 올 상반기 양국 간 자본 투자 규모가 109억달러(약 12조7,900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2016년과 2017년 양국 사이에서 400억달러 가까이 오갔던 상황과 비교하면 투자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이다.
특히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41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1% 줄었다. 반면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는 38% 늘어난 47억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보고서는 중국의 정보통신(IT) 기업 텐센트가 유니버설 뮤직의 지분을 인수한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올 1월 텐센트는 유니버설 뮤직의 지분 10%를 34억달러에 사들인 바 있다.
이 같은 투자 위축은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에 제재를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통합에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내 중국 기업과 중국 내 미국 기업 모두 사업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바이트댄스에 틱톡을 매각하라고 압박한 사실을 언급하며 “양국 간 기술통합의 어려움이 깊어지면 미국 기업도 중국 내 영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올린스 미국 미중관계전국위원회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양국이 지금 디커플링에 나서고 있다”면서 “미·중 관계는 1989년 톈안먼 사태를 비롯해 1970년 이래로 최악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커플링은 한 나라 경제가 다른 나라의 경기 흐름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즉 경제적 단절을 의미한다. 이어 “인권, 경제문제, 남중국해, 홍콩 문제 등 매우 많은 분야에서 (양국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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