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해임 요청이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구 사장의 해임 사유로 ‘일정 허위 제출’ 등의 일부 근거를 제시했다. 지난 16일 구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해임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직접 반박이다. 양측의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조짐이다.
국토부는 17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국토부는 구 사장을 대상으로 내부감사 등을 진행해왔다”며 “관련 법규의 위반이 있어 법률에 따라 해임 건의안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구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태풍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국정감사장 자리를 떠났지만 당일 저녁 자택 인근의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를 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국토부는 “태풍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국감장 이석을 허용받았는데도 곧바로 퇴근해 사적 모임을 가졌다”며 “이런 사실을 감춘 당일 일정을 국회에 허위로 제출했다”며 해임 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정책과 이번 사장 해임 건의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 동안 해임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하던 국토부가 구 사장이 물러날 명분이 없다며 해임 거부의사를 밝히자 태도를 바꿔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전일 구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하다며 감사에서 지적받은 사항이 해임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했다. 인국공 사태 관련 책임을 지고 경질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상상과 분석에 맡기겠다”고 해 정부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 구 사장은 국토부의 해임 건의에 대해 물러날 명분이 없다며 오는 24일 공운위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예정이다. 만약 공운위에서 해임안이 의결되면 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양측의 대립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조양준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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